‘100억 수임’ 최유정 변호사 1심서 징역 6년…체념한 듯 웃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5일 13시 38분


코멘트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구속된 의뢰인들에게 100억 원의 수임료를 뜯어낸 혐의로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전관 최유정 변호사(47·여)가 1심에서 징역 6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은 5일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변호사에게 "재판부와 교제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금원을 받아 법치주의의 뿌리를 흔들고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징역 6년을 선고하고 45억 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함께 기소된 법조 브로커 이동찬 씨(44)는 징역 8년을 선고받고 26억여 원을 추징받았다.

최 변호사는 유사수신업체 이숨투자자문 대표인 송창수 씨(40)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로부터 석방을 대가로 각각 50억 원씩 총 100억 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최 변호사는 이 돈이 장래에 발생할 사건들에 대한 '포괄적 수임료'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석방을 위한 로비자금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거액의 돈을 받을 때 명시적으로 재판부에 접대한다는 말이 없었더라도 묵시적으로 교제 청탁이 전제돼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수임료 대부분을 법조윤리협의회나 서울변호사회에 신고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의 수임비리는 정 전 대표와의 수임료 분쟁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1¤3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된 정 전 대표에게 '재판장과 친분이 있다'며 50억 원을 받았지만 보석 신청이 기각되자 수임료 반환을 요구받았다. 다른 변호사들은 정 전 대표에게 보석이 어렵다고 말했지만 최 변호사는 첫 접견에서 "보석이 가능하다"고 확신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대표에게 최 변호사를 소개해준 송 씨도 "(최 변호사가) 작업을 잘본다"며 재판부에 대한 로비를 잘한다는 취지로 바람을 넣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의뢰인들의 궁박한 처지를 이용한 점에 주목했다. 송 씨의 경우 최 변호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 여러 건의 사기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다른 사건에도 악영향을 줄까 염려하고 있었다. 정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 상장을 앞두고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되는 바람에 거액을 써서라도 석방을 원했다.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전직 부장판사 출신이 아니라면 의뢰인들이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재판부와의 사적인 연고와 친분관계를 이용해 석방을 대가로 거액을 챙긴 것은 정당한 변호활동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가 정 전 대표에게 수임료 반환을 요구받자 변호 과정에서 알게 된 의뢰인의 비밀을 언론에 공개하고 반성하기보다 다른 법조인들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변명한 점도 지적했다.

이날 옥색 수의를 입고 두 손을 모은 채 선고 내용을 들은 최 변호사는 "정직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엄벌에 처한다"는 재판부의 설명에 목례한 뒤 체념한 듯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