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만만한 한국? 앞으론 새車 값 환불 받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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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폴크스바겐 막자”… 법개정안 27일 공포, 1년뒤 시행

 
내년 말부터 정부가 배출가스나 인증 서류를 조작한 자동차 제조 업체에 환불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불법 조작 차량의 과징금 상한액도 차종당 500억 원으로 오른다. 결함 시정(리콜) 명령을 받고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벌금이 부과된다. ‘제2의 폴크스바겐’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런 내용이 담긴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27일 공포된다. 시행은 1년 후인 내년 12월 28일이다. 환경부는 이에 앞서 시행령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배출가스를 조작하고, 올 8월 인증 서류 위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제대로 된 배상 및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폴크스바겐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폴크스바겐이 배출가스와 인증 서류를 조작하고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국내법이 물렁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의 리콜 명령을 받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철퇴가 내려진다. 자동차 제조 업체나 수입사가 배출가스와 관련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면 정부가 신차 가격으로 환불을 명령하거나 중고차 재매입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기존에는 차량 교체 명령만 가능했다.

 
환불 명령은 배출가스 수시 검사에서 불합격한 자동차에 대해 부품 교체 명령을 받고도 차량 업체가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부품 교체로 결함을 해결하기 어려울 경우에 내려진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신설됐다.

 이전에는 리콜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규제가 어려웠다.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한 폴크스바겐이 리콜 계획서에 결함 원인을 제대로 적어 내지 않아도, 정부는 보완 명령을 내리는 것 외에 다른 제재 수단이 없었다. 

 또 지나치게 적다는 논란이 일었던 차종별 과징금도 1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이 디젤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는 차종별로 최대 10억 원까지만 과징금이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폴크스바겐의 15개 조작 차종에 대해 고작 141억 원의 과징금만 물렸다. 

 이 때문에 과징금 상한액이 너무 적다는 의견이 나오자 정부는 올 7월 차종별 과징금을 100억 원으로 늘렸으나 이 역시 큰 부담은 아니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여기에 차종별 매출액의 3%로 상한선을 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언급됐다.

 이번에 개정된 과징금 요율과 상한액을 앞서 적용했다면,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에는 141억 원의 17배에 이르는 2384억 원을 부과할 수 있다. 또 인증 서류 위조로 올 8월 178억 원의 과징금만 부과했지만, 개정안에 의하면 1189억 원까지 가능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불법을 저지른 차량에 대한 과징금은 제작사 매출액의 5%를 기준으로 오른다. 매출액 대비 5%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행위(10%)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제재 비율이다.

 국내에서 폴크스바겐 소비자 배상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정부가 차량 교체 명령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도 “늦었지만 차종별 과징금 상한액을 늘리고 불법을 저지른 차량 업체에는 철퇴를 내리도록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배출가스#폴크스바겐#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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