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직원을 ‘셔터맨’으로 부린 대형약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광주서 약품 月10억 구입 부부 甲질… 담배 심부름-자녀 통학까지 시켜
경찰, 강요혐의로 불구속 입건

 지난달 11일 광주 서부경찰서 형사들은 광주의 한 대형 약국에서 잠복근무를 시작했다. 주인이 아닌 A 씨(42) 등 제약 도매회사 직원 3명이 아침, 저녁에 약국 문을 열고 닫는 것을 확인했다. A 씨 등은 일주일 중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약국 ‘셔터맨’을 반복했다.

 형사들은 광주에서 가장 매출이 많다는 대형 약국에서 제약사 직원들에게 각종 심부름을 시킨다는 ‘갑질’ 실태를 현장에서 확인했다. 이 약국은 병원 앞에 위치해 매달 약품을 10억 원어치나 구입하는 큰 고객이었다. A 씨 등은 2009년 11월부터 최근까지 B 씨(45) 약사 부부가 운영하는 약국에 약품을 배달했다. 이들은 약품 배달 외에 셔터맨 역할, 담배 및 김밥 심부름, 가게 입구 카펫 깔기, 화분 진열, 약사들 차량 주차 등을 했다. 심지어 B 씨의 자녀들을 학원까지 통학시켜주기도 했다. 토요일에도 B 씨가 지시하는 이삿짐, 사무용품, 집 안 가구 등을 날라야 했다. 이들은 1년 365일 중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300여 일은 약국 심부름꾼이 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6일 B 씨 부부를 강요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경찰에서 “A 씨 등이 영업을 위해 자발적으로 심부름을 한 것으로 지시, 강요를 한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A 씨 등은 거래가 끊길 것을 우려해 구체적 피해 진술을 하지 않았다.

 경찰이 ‘제약사 직원이 아닌 약국 직원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될 것 아니냐’고 묻자 B 씨는 “약국 직원들에게 심부름을 시키면 그만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 씨가 제약사 사장(55)에게 ‘직원들을 보내 일을 도와주지 않으면 거래처를 바꾸겠다’고 협박하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도 확보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약국#갑질#제약사직원#광주#입건#강요혐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