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전면 재검토… 새 건물 안 짓는다

  • 동아일보

국토부 “자연친화형으로 조성”
“부처 나눠먹기” 비판에 보전 건축물 활용방안 백지화
서울시 “환영”… 실무협의 강화

 정부가 기존에 세웠던 서울 용산공원 조성 계획을 다시 짜기로 했다. 특히 ‘부처별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았던 공원 내 보전 건축물 활용방안을 백지화하고 생태공원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새 건물은 짓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용산공원은 2011년 11월 종합기본계획 확정 이후 5년 만에 전면 재검토 수순을 밟게 됐다. 당초 계획에 꾸준히 반대했던 서울시는 정부의 결정을 즉각 환영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27일 ‘용산공원 조성 기본방향’을 발표해 현재 미군기지 등에 남아 있는 1200여 개의 건축물 중 역사적 가치가 있는 80여 개에 대한 활용방안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앞서 올해 4월 부처별 공모를 통해 용산공원 내 기존 건물을 활용하거나 신축해 경찰박물관(경찰청), 어린이아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여성사박물관(여성가족부) 등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조성 이념과 다른 활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서울시는 “용산공원을 중앙부처가 나눠 먹는다”며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27일 발표한 기본방향에서 건물을 새로 짓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신축 없이 기존 건물들을 활용해 문화·체육시설, 편의시설, 공원관리시설 등으로 쓴다는 계획이다. 철거하는 1100여 동(棟)의 건물 터는 잔디밭 등 빈 공간으로 남긴다. 또 국립중앙박물관과 인접한 공원의 남쪽 부분에 인공호수를 조성하고 공원 곳곳에 야생화 정원을 꾸미는 등 녹지 비중을 최대한 높일 계획이다.

 보전 건축물 활용방안 결정 시기도 특정하지 않았다. 미군의 평택기지 이전이 끝나는 내년부터 건축물 정밀조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활용 방안에 대한 여론 수렴도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히 보안 문제로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미군 유류저장고나 벙커 등 지하시설물을 활용하면 용산공원의 자연지형을 회복하고 역사유적을 보전하면서도 공원에 필요한 시설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2027년으로 정했던 전체 조성 완료 일정도 여론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완성이라는 의미보다는 공원의 기본적인 틀과 토대를 마련한다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내용물은 수 세대에 걸쳐 계속 채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계획상으로 공원이 만들어진 뒤에도 존속되는 드래곤힐호텔, 한미연합사령부 등도 장기적으로는 용산공원에 편입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다. 용산공원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승효상 이로재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이와 관련해 “국방부가 도심에 있을 이유가 없다. 국방부가 외곽으로 나가고 그 터까지 공원이 돼야 (용산공원이) 완전한 국가공원, 도시공원이 된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결국 서울시가 이겼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올 9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용산공원 조성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울시의 반대 주장을 반박해 오던 국토부는 “서울시 등과의 실무협의회도 강화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내놓았다.

황태호 taeho@donga.com·천호성 기자
#국토부#용산공원#자연친화형#부처 나눠먹기#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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