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이영복 구속… 로비의혹엔 함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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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대 사기-횡령혐의… 檢, 대포폰 5대-측근계좌 분석

  ‘해운대 엘시티’ 개발 사업과 관련해 비리 혐의로 체포된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66)이 구속되면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부산지검 특별수사부(부장 임관혁)는 500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사기·횡령)로 이 회장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부산지법은 12일 이 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포기했다.

 이 회장은 부도 직전인 A건축사무소의 경영권을 사들여 A사 명의로 엘시티 건설사업 관리용역 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꾸민 뒤 165억 원을 빼돌리고, 일하지 않은 직원들의 급여를 10여 년간 지급하는 등의 수법으로 2007년부터 최근까지 회삿돈 576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빼돌린 자금 규모가 훨씬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회장을 상대로 회계처리가 불분명한 돈의 사용처를 세세하게 확인하고 있다. 이미 분석한 엘시티 시행사 내부 서류와 연결 계좌, 앞서 같은 혐의로 구속된 엘시티 자금 담당 임원 박모 씨(53)의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이 회장을 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직 박 씨 등 관련자와의 대질 신문을 벌이진 않았지만 이 회장이 혐의 내용 중 일부는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횡령 등 이 회장 개인 비리와 관련된 수사는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검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이 회장의 로비 의혹도 파헤칠 계획이다. 먼저 이 회장을 체포할 당시 확보한 5대의 대포폰(차명 휴대전화)을 분석해 3개월간의 도피 과정에서 접촉한 정관계 인사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체포 직전까지 현 정권 유력인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그는 도주 과정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도피자금 유입 흔적을 찾기 위해 이 회장의 측근 계좌도 광범위하게 분석 중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도피를 돕다 함께 공개 수배됐던 장민우 씨(41)의 행적이 묘연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조달, 시공사 유치 등 엘시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언론에서 제기한 최순실 씨(60·구속)와의 관련 여부 등도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최 씨와의 관계를 여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강성명 smkang@donga.com·권오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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