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역사현장 ‘노근리 평화공원’ 살리자”

  • 동아일보

스토리 담은 인권공원 조성과 사계절 관광객 유치 전략 등
공원 활성화 위한 다양한 방안 논의

  ‘슬픔과 아픔의 역사 현장, 이대로 껴안고만 있을 것인가.’

 1950년 7월 6·25전쟁 때 미군의 폭격과 사격으로 충북 영동군 노근리에서 숨진 희생자 400여 명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조성된 노근리평화공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돼 주목받고 있다.

 30일 사단법인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사장 정구도)에 따르면 최근 평화공원 교육관에서 열린 노근리평화공원 활성화를 위한 학술대회에서 공간 조성 전문가인 김상숙 한양대 교수(응용미술교육과)는 “아픔과 비극을 이제는 참회와 평화로 승화시켜야 한다”라며 “평화공원에 넬슨 만델라 등 세계적인 인권평화주의자들의 스토리를 담은 인권공원을 조성하자”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한 공원의 공간 재배치 등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이벤트관광협회(IFEA)와 국제가든관광네트워크(IGTN)의 한국지부장인 정강환 배재대 교수(관광경영학과)는 “노근리평화공원을 우울한 역사와 참회의 현장으로만 가둬 둘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국의 매사추세츠 마운트 오번 공동묘지는 정원으로 탈바꿈하면서 결혼식 등 각종 이벤트에 연간 20만 명이 방문하고 있고 호주 멜버른의 옛 감옥과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관광 상품으로 전환돼 역사적 의미가 더욱 알려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아픔의 현장 노근리평화공원도 역발상적 사고가 도입돼야 한다”라며 “평화공원에 이미 많은 장미가 기부된 만큼 사랑과 화합을 의미하는 장미공원을 조성해 사계절 관광객이 찾아오는 공원으로 조성하자”라고 제안했다.

 중국 허난대 진남 교수는 중국의 10대 국가 축제 중 하나인 뤄양(洛陽)국화축제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며 “노근리평화공원의 진정한 의미를 국민이 되새기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찾아오게 할 관광객 유인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은 또 판문점과 현충원 비무장지대(DMZ) 등을 관광화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에 착안해 영동군 특산물인 포도와 블루베리 곶감 등 ‘다크푸드’를 활용한 다크푸드 페스티벌을 통한 관광객 유치 및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도 제시했다.

 정구도 이사장은 “노근리 평화공원을 지나던 국도가 이제는 주변으로 확장해 이전하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공원 활성화를 위해 정부 및 충북도, 영동군, 일반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다”라며 “학술대회에서 제시된 각종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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