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승만 비판 자작시 공모전에 낸 작가, 배상 책임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0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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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경제원이 이승만 전 대통령 시 공모전에서 이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자작시를 낸 20대 남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3단독 이종림 부장판사는 자유경제원이 장모 씨(24)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장 씨는 올해 3월 자유경제원의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에 자작시 '우남찬가'를 제출했다. 장 씨의 시는 그대로 읽으면 '우리의 국부' '민족의 지도자' 등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표현을 담았다. 그러나 각 문장의 첫 글자를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 분열' '민족반역자' 등으로 읽혔다.

자유경제원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장 씨를 4등으로 입선해 상금 10만 원을 수여했다가 뒤늦게 이를 취소했다. 이후 자유경제원은 장 씨의 행위가 자유경제원의 업무를 방해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56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자유경제원 측은 "장 씨의 시는 주관적인 의견에 기반해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공모전의 취지에 위배되고 이를 응모한 행위는 명백히 공모전을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모전 취지에 부합하는 응모작인지 여부를 판단해 수상작을 선정할 권한과 의무는 전적으로 자유경제원에 있다"며 "문학작품 공모전에 나름의 생각으로 언어유희 등 기법을 사용한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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