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초제 먹인 새우, 살충용 쑥찌꺼기 섞은 소금, 국산 둔갑 홍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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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식품 여전히 활개

 
병에 걸린 새우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가 26일 질병에 감염되거나 인체에 유해한 유독약품을 먹인 사실을 숨기고 몰래 유통시킨 양식 새우를 점검하고 있다. 서해해경 제공
병에 걸린 새우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 관계자가 26일 질병에 감염되거나 인체에 유해한 유독약품을 먹인 사실을 숨기고 몰래 유통시킨 양식 새우를 점검하고 있다. 서해해경 제공
정부의 강력 단속을 비웃듯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산 홍삼을 국산으로 위장해 수백억 원어치를 납품시키고 새우에 제초제를 먹이는가 하면 벌레퇴치용 쑥 찌꺼기를 넣어 ‘한방 소금’으로 포장한 불량식품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불량식품은 정부가 ‘4대 악’ 중 하나로 규정해 경찰이 특별단속을 실시하는 등 사법당국이 근절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불량식품 업자들은 해마다 4000∼5000명이 붙잡혔고 올해도 상반기(1∼6월)에만 3000명 가까이 적발됐다.

 이는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법령으로는 첫 적발 시 기껏해야 영업취소 등 행정처분 정도만 내릴 수 있다. 부정·불량식품을 줄이려면 바로 벌금형 등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가짜 국산 홍삼 농축액 팔다 덜미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변철형)는 “값싼 중국산 인삼 농축액에 국산 홍삼 농축액 일부를 섞어 국산 홍삼만을 사용한 것처럼 속여 유통한 혐의로 D건강보조식품 업체 대표 정모 씨(69)를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씨는 2012년부터 4년간 대기업 계열 건강식품 유통업체 등을 통해 국산으로 위장한 홍삼 농축액 20억여 원어치(1만1000kg)를 납품하고, 중소 유통업체를 통해서는 80여억 원어치인 5만 kg을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국산으로 둔갑시킨 홍삼제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위조한 경작확인서를 첨부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정 씨는 “중국산 농축액을 섞어 제조한 제품도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기업 등에 납품한 것은 중국산을 섞지 않았다”며 혐의를 일부 부인하고 있다. 정 씨의 업체도 아직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 제초제 먹인 새우

 병에 걸린 새우를 그대로 유통하거나 인체에 유해한 약품을 먹인 양식업자들도 무더기 적발됐다. 서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26일 새우병 감염 퇴치를 빙자해 인체에 유해한 약품을 새우 양식장에 납품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박모 씨(68) 등 약품 공급업자 2명을 입건했다. 이들에게 약품을 구입해 양식장에 사용한 김모 씨(69) 등 20명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박 씨는 2014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수입과 판매가 금지된 태국산 유독물질 트리플루랄린이 함유된 약품을 밀수입해 박 씨 등 양식업자들에게 1L짜리 총 7000병을 팔아넘겨 모두 1억6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트리플루랄린은 바다에서 자라는 수초를 제거하는 제초제로 독성이 강해 국내에서는 수입과 판매가 금지돼 있다. 박 씨는 양식업자들에게 “이 약품이 양식새우가 자주 걸리는 질병에 탁월하다”고 속여 양식업자들에게 팔았고 양식업자 김 씨 등은 불법 약품인 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쑥 찌꺼기 넣어 한방 소금?

 서울 송파경찰서는 정제염에 쑥가루 등을 첨가한 뒤 “건강에 좋다”고 광고해 16억 원을 챙긴 D소금가공업체 대표 김모 씨(55) 등 2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김 씨 등은 올해 초부터 9월까지 정제 소금에 참숯녹차가루, 울금가루, 홍삼가루, 쑥가루 등을 첨가해 제조한 뒤 ‘한방○○○염’ ‘참숯○○염’ 등의 이름을 붙여 판매했다. 이들은 제조 후 3개월에 한 번 이상 해야 하는 자가품질검사도 거치지 않은 채 ‘질병 예방 및 치료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식의 허위 과장문구를 기재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재료를 혼합하지 않았음에도 사실과 다르게 표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피의자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가공 소금 제품을 유명 오픈마켓에서 10만 원 상당의 고가에 판매하는 등 제품 약 2만8000개를 판매해 약 16억 원 상당의 수익을 챙겼다.

 특히 김 씨의 업체에 쑥가루를 납품한 참고인 진술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식용이 불가능한 벌레퇴치용 쑥 찌꺼기를 정제염에 첨가해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불량식품#양심불량#한방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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