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시장 농협직원 박춘식씨
5일 홍수 휩쓸린 車서 “살려달라”… 목숨 걸고 다가가 대걸레 자루로 구조
“어떻게든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울산 중구 축산농협 유곡지점 차장 박춘식 씨(48·사진)는 18호 태풍 ‘차바(CHABA)’가 물폭탄을 쏟아내던 상황을 잊을 수가 없다. 태화시장이 물바다로 변하기 시작한 건 5일 오전 10시경. 물이 차기 시작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어른 가슴 높이만큼 출렁였다. 건물 1층에 자리한 유곡지점에도 빗물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박 씨는 급히 직원들을 건물 2층으로 대피시켰다. 그리고 감전 사고를 막기 위해 누전차단기를 찾고 있었다.
그 순간 창밖으로 하얀색 승용차 한 대가 급류에 휩쓸려 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사람이 타고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박 씨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는 지점 밖으로 나와 물살을 버티며 조금씩 승용차를 향해 다가갔다. “구해 달라”는 희미한 외침이 들려왔다. 50대로 보이는 이 여성은 운전석이 물에 잠기자 뒷좌석으로 몸을 피한 상태였다.
박 씨는 농협으로 들어가 대걸레 자루를 들고 나왔다. 물에 빠진 사람은 본능적으로 구조하려는 사람까지 물속으로 끌어당긴다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급류를 헤치고 승용차로 다가간 박 씨는 간신히 뒷문을 열었다. 그리고 여성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대걸레 자루를 붙잡게 한 뒤 목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엄쳐 나왔다. 잠시 뒤 여성이 탔던 승용차는 물속으로 사라졌다.
농협 직원들은 박 씨가 물에 휩쓸린 것이 아닌지 걱정했지만 오히려 한 여성을 구해 건물 2층으로 오자 깜짝 놀랐다. 구조된 여성은 2층에서 놀란 가슴을 달래다 물이 어느 정도 빠질 때쯤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박 씨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때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구조 장면을 목격한 주민 김미선 씨(52·여)는 “대걸레 자루를 잡고 고군분투하며 여성을 구해낸 ‘맨발의 박 씨’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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