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가 삼켜버린 ‘代이은 소방관’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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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할퀴고 간 태풍 ‘차바’]
강물에 고립된 주민 구하려다 실종… 29세 강기봉 소방사 숨진채 발견
31년간 소방관 근무한 부친 오열

 “아버지처럼 훌륭한 소방관의 꿈을 펼칠 일만 남았는데 주검으로 돌아오다니….”

 태풍 ‘차바’로 고립된 주민을 구조하려다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됐던 강기봉 소방사(29·울산 온산소방서 소속·사진)가 6일 오전 11시 10분경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강 소방사의 아버지(62)도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31년 근무한 뒤 2014년 6월 정년퇴직한 부자(父子) 소방관 집안이다. 아들의 실종 소식을 듣고 5일 울산에 도착한 아버지는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고 오열했다.

 강 소방사의 아버지는 ‘제주형 현장출동체계’를 개발하는 등의 공로로 녹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아버지가 퇴직한 이듬해인 2015년 4월 강 소방사는 신규 소방관 공채에 합격해 울산 온산119안전센터 구급대원으로 근무했다.

  ‘차바’가 울산을 강타하던 5일 오전 11시 반경 “고립된 차 안에 사람이 두 명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강 소방사는 동료 2명과 함께 울산 울주군 청량면 회야강변 회야댐 수질개선사업소 앞으로 출동했다. 당시 100m가량 떨어진 곳에 구급차를 세운 대원들은 종아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치며 걸어서 접근해 신고된 차량을 확인했지만 사람이 없었다.

 다시 구급차로 돌아가던 순간 강물이 순식간에 불어나 대원들을 덮쳤다. 강 소방사와 동료 1명은 전봇대를, 다른 1명은 도로변에 있던 농기계를 붙들고 버텼다. 그러나 강 소방사와 동료는 힘에 부쳐 결국 급류에 휩쓸렸다. 동료는 약 2.4km를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강 소방사는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울산소방본부는 실종 지점부터 회야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명선교까지 12.4km 구간을 수색해 23시간여 만에 강 소방사의 시신을 찾았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강기봉#소방사#울산#태풍#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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