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에 ‘가슴살 빼야겠다’며 안마-뽀뽀…대법원 “아동학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7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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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이 없어도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안마나 뽀뽀를 시킨 행동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초등학교 여학생에게 안마와 뽀뽀를 요구한 혐의(미성년자 강제추행 및 아동학대)로 기소된 김모 씨(22)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 씨의 행동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으로 피해 아동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2014년 경기 성남시의 한 초교에서 야구부 코치로 근무하던 중 이 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A 양(당시 12세)을 야구부 숙소로 불러 “가슴살을 빼야겠다”고 말하며 안마를 시키거나 강제로 끌어안으며 “뽀뽀해 달라”고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다음날에는 B 양(당시 11세)을 체육관 뒤로 데려가 강제로 끌어안고 입을 맞춘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A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에 대해 강제성이 없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신 B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검찰은 김 씨에게 아동학대 혐의를 추가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의 판단으로 1심 형량에 집행유예 3년만 추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 씨가 폐쇄된 공간에서 A 양에게 안마를 시키고, 신체 부위를 평가하는 말을 한 것은 흔히 할 수 있는 통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양이 당시 적극적으로 거부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A 양의 나이 등에 비춰 볼 때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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