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모의평가 문제유출 교사는 학원강사의 하도급 신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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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교사 2명-강사 1명 檢 송치
검토위원 통해 문제 70% 빼내 전달… 평소에도 돈 받고 강의문제 출제
작년 모의평가도 유출 청탁 정황
해당 교사 최고 파면-해임될 듯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국어영역 문제를 사전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현직 고등학교 교사 박모 씨(53)가 지난해 9월에도 모의평가 출제위원 등을 통해 시험 정보를 빼내려다 실패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달 2일 치러진 수능 모의평가 때 출제 내용을 빼내 주고받은 혐의로 고교 국어교사인 박 씨와 유명 학원 강사 이모 씨(48)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모의평가 검토위원으로 박 씨에게 지문 정보를 누설한 교사 송모 씨(41)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수능출제위원 출신인 박 씨는 6월 모의평가 검토위원들이 입소하기 사흘 전 송 씨를 만나 “이 씨가 잘돼야 우리도 괜찮지 않겠느냐”라며 문제 유출을 제의했다. 2주 동안 출제 합숙을 마친 송 씨는 ‘가시리’ ‘동동’ ‘삼대’ 등 7개 문학 작품과 ‘인공지능’ 지문 등 전체 12개 지문 중 8개, 45개 문항 중 32개에 해당하는 출제 정보를 박 씨에게 전달한 혐의다. 박 씨에게서 정보를 넘겨받은 이 씨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원생들에게 시험 내용을 누설해 ‘족집게 강사’라는 평판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박 씨가 지난해 9월 모의평가 등 과거 3차례에 걸쳐 시험 문제 유출을 청탁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했다. 박 씨는 2011년부터 한 문제당 7만∼8만 원을 받고 이 씨의 강의 교재 문항을 독점 출제했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마치 하도급처럼 현직 교사 7명에게 3만∼5만 원씩 주고 다시 출제를 의뢰했다. 이 중 검토위원 풀에 포함된 일부에게서 “박 씨가 출제 정보나 출제위원 명단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박 씨는 동료 교사들과의 술자리에서 “이 씨에게 출제 정보를 흘린다”라고 직접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씨와 박 씨는 출제 정보 공유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교육부는 박 씨와 송 씨를 교원 품위유지 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소속 교육청에 징계를 요청할 방침이다.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최대 파면이나 해임 처분을 받게 된다. 경찰 수사를 의뢰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재판 결과에 따라 박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출제 정보를 유출한 교원과 강사의 자격을 배제하고 해당 학원은 등록 말소하게 하는 내용의 학원법 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유덕영 기자
#수능#모의평가#문제유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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