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 대학 가자마자 취업컨설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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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컨설팅 통해 입학한 새내기들 적성-진로 몰라 취업 준비 막막
3, 4학년이 상담받던 업체 찾아 수강과목-인턴 활동 등 추천 받아
1시간에 20만원… 효과는 의문

주로 대학교 3, 4학년생이 관심을 가졌던 사설업체의 유료 취업컨설팅을 1학년까지 받고 있다. 고교생 때 컨설팅 업체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뭘 해야 할지 몰라 취업을 불안해하는 탓이다. 1학년 학생들은 업체를 찾아 “취업을 위해 어떤 과목들을 들어야 할지” “어떤 공모전을 준비하면 될지” 등을 묻는다. 비용은 1시간에 15만∼20만 원 선이다.

○ 수강할 과목, 해야 할 인턴 추천

컨설팅 업체들에 따르면 1학년들은 대부분 하반기 공채 시즌을 피해서, 입학 직후부터 여름방학 사이에 온다. 서울 강남구 A업체 관계자는 “수강생의 20%는 대학 새내기 등 저학년 학생”이라며 “1학년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원하는 기업에 맞게 자기소개서나 인·적성 검사, 면접 대비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주는 취업준비생 컨설팅과 달리 1학년 대상 컨설팅은 진로 방향성을 제시하는 추상적 차원이다.

본보 취재진이 6, 7일 “국어국문학과 1학년 학생으로 대기업의 마케팅 부서로 취업하고 싶다”며 4개 취업컨설팅 업체에서 직접 상담을 받아봤다.

서울 서초구 B업체는 “마케팅 관련 공모전 등 대외활동 정보를 추천해줄 수 있다”며 “취업 시 경영학과 관련 과목을 수강했는지가 중요한데 수강 편람을 가져오면 세부적인 과목을 추천해주겠다” “관련 기업을 선정해 인턴 활동을 추천해주고 인턴 지원 자기소개서도 봐줄 수 있다”고 말했다. A업체는 “‘전략경영’ ‘시장조사론’ 등 적합한 과목을 추천해줄 수 있다”며 “취업뿐만 아니라 아예 창업 쪽으로 방향을 잡아줄 수도 있다”고 했다.

○ 불안감에 받지만 비용 대비 효과 의문

학생들은 막연한 불안감에 취업컨설팅을 받는다고 말한다.

중앙대 1학년 손모 씨는 “선배들이 입대 전에 직업을 정하고 와야 한다고 해서 컨설팅을 받으러 왔다”며 “졸업을 유예한 지 2년이 넘은 선배도 있어 일찍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컨설팅 비용으로 80만 원을 썼다는 경희대 1학년 신모 씨는 “취업카페에서 정보를 얻으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여기선 컨설턴트가 다 설계해주니 편하다”고 했다. 강남구 C업체처럼 컨설턴트들이 대부분 경영학을 전공해서 비상경 계열 학생들에게 경영학 강의를 해주는 곳도 있었다.

그러나 컨설팅 효과에 대해서는 “너무나 뻔한 얘기나 하나 마나 한 얘기들만 그럴싸하게 해서 약장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인하대 진모 씨), “대학 취업센터에서 제공하는 진로·적성 상담 프로그램과 차이가 없다”(H대 김모 씨)같이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학창 시절 자기탐색 시간을 갖지 않은 학생들이 대학에 와서 취업을 준비하는 기계적 동물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학 4년은 자신을 위한 마지막 투자 기간이라고 생각하고 독서 여행 등으로 자기를 탐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신규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어국문학 4학년
#대학#취업컨설팅#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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