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100] 신입생 전원에 장학금 지급…가장 핫한 학과 어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0일 1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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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식품생명공학과는 원광대 내에서 가장 핫한 학과 중 하나다. 2012년에 생긴 신생학과인데도 학교 안팎에서 관심을 받는 이유는 장래가 유망하기 때문이다.

농업은 이미 블루오션이 됐다. 세계적인 상품 투자자 짐 로저스는 “농업은 앞으로 20~30년 내에 가장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라고 했다(2013년 고려대 강연). 다음 카카오의 투자전문 회사인 ‘케이처 벤처그룹’이 농업회사 ‘만나CEA’에 100억을 투자한 것도 농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만나CEA’는 카이스트 출신 20대 농부들이 창업한 회사로 이들은 자동화시스템을 농업에 접목시킨 ‘스마트 농법’으로 기존보다 40배나 많은 수확을 거두고 있다.

식품생명공학은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과학), ET(환경과학)와의 연계를 통해 융·복합학문으로 발전하고 있는 중 이다. 기존의 식품공학이 인간의 생명유지를 위한 식품 개발에 힘썼다면 지금의 식품공학은 건강한 신체를 위한 식품소재 개발, 식품 기능성 향상, 전통식품의 첨단과학화, 식품공정기술 개발 등으로 분야를 넓혀가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원광대 식품생명공학과는 바이오·제약 쪽의 높은 성장성을 감안해 ‘생명’분야쪽으로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가 있는 전라북도와 익산시의 농생명 발전전략도 이 학과의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전라북도는 도의 DNA인 농생명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전주에는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농업관련 국가기관이 이전했고 익산에는 300만평 규모의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들어서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가 7월부터 이주를 시작해 올해 완성되면 145개의 기업이 2만 명을 고용해 5530억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원광대에서 국가식품클러스터와의 거리는 차로 10분. 식품생명공학과는 앞으로 들어서게 될 다양한 기업들과의 공동연구와 산학협력을 통해 학과를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서호준 씨(4학년)가 식품생명공학과에 진학한 이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부모님의 권유 때문. 서 씨는 “부모님이 국가식품클러스터 옆 원광대의 관련학과로 진학하면 취직은 물론이고 평생 직업도 가질 수 있다고 했다”며 “캠퍼스 바로 옆에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덕에 공부를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원광대의 발전전략 한가운데 식품생명공학과가 있다는 것도 학과 발전에 큰 힘이다. 원광대는 2020년까지 아시아 대표 대학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그 전략이 ‘생명산업’을 비롯한 4대 분야의 육성이다. 식품생명공학과는 대학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014년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의 주축학과로 참여했고, 2016년 ‘프라임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대학) 대형’의 중심학과로도 당당히 자리잡았다. 원광대는 올해부터 3년간 국가로부터 매년 160억 원씩 480억원을 지원받는다. 학교는 이 돈을 고스란히 교육환경 개선과 대학경쟁력 강화에 쓸 예정이다. CK-1과 프라임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는 것은 대학과 국가가 이 학과의 미래를 인정했다는 말과 같다. 특히 프라임산업에 선정된 학과에 다닌다는 것은 학비의 상당부분을 대학이 부담해주고, ‘다른데 신경 안 쓰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2017학년도부터 학과는 모든 신입생들에게 16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물론 이 돈은 모두 국가가 지원한다.

CK-1과 프라임사업을 지휘했던 정정권 교학부총장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매진해야 글로컬 대학이 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식품생명공학과는 좋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했다. 정 부총장은 “원광대 농대의 역사는 50년이나 되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배출된 동문들의 도움도 매우 유용하다”며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가하듯 학교도 이 학과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은 유망한 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이 학과 커리큘럼의 특징은 공학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 NT(나노과학), ET(환경과학)와의 융합이 이뤄지는 산업에서 제대로 일을 하려면 공학적인 지식이 꼭 필요하다. 둘째, 식품산업은 이미 장치산업화 돼 있어서 공학적인 지식 없이는 관련기업에 취업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학과 커리큘럼의 60%는 공학관련이다. 1학년들이 듣는 과목은 교양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학기초와 관련이 있다. 2학년 때는 식품·생명·공학 쪽의 기본 과목을 들으며 3, 4학년 때는 그 때까지의 교육을 바탕으로 융복합전공 관련 과목을 듣는다.

2014년부터 학과가 중심이 돼 운영 중인 ‘식품품질안전센터’는 학과가 자랑하는 교육 인프라. 이 센터에서는 한 대 1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를 활용해 품질관리에 필요한 분석시험을 한다. 근처의 국가식품클러스터의 4대 R&D센터 품질안전센터, 기능성평가센터, 패키징센터, 파일럿플랜트 관련 인프라 등도 학과의 내실화에 기여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시로 이들 기관으로 찾아가 실험 실습도 하고, 연구원들과 공동 연구도 한다. 희망에 따라 2학년 때 교직과정 혹은 제약공학을 복수전공할 수 있는 것도 학생들이 꼽는 이 학과 커리큘럼의 장점이다.

전공 교수들의 전문성도 학과의 융복합 교육에 빛을 더하고 있다. 최준호(발효공학), 조인희 (식품화학), 이창주 교수(식품가공학) 등이 전문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학과 개설의 산파역이었던 최준호 교수는 바이오, 제약, 식품기업 경력을 발판삼아 산학협력에도 앞장서고 있다. 학과장인 조인희 교수는 요즘 뜨고 있는 감성공학 전공자다. 식품에 감성을 더한 제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학과는 취업에 염두를 둔 창업동아리 2개를 운영 중이다. 학과 내 캡스톤디자인 관련 교과목에서는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했고, 특히 2015년도에는 ‘아로니아젤리’를 제품화해 국내 저명 학술대회에도 참가했다. 졸업생 김석래 씨(사조오양 근무)는 “교수님들께 배웠던 전공지식, 조별과제를 수행하면서 나눴던 조원들과의 소통과 발표 능력, 선후배와의 끈끈한 관계 등이 직장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원광대 식품생명공학과에서 공부 외에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고 했다.

이 학과 교수들의 열정과 헌신은 유명하다. 학생들은 스승으로부터 전공 이상의 것을 배운다. 이창주 교수는 “교수 연구실을 365일 학생들에게 열어놓고 있다”고 말한다. 3명의 교수들은 일주일 내내 퇴근시간이 자정일 정도로 학생들과 ‘같이 산다’. 학과장인 조인희 교수는 “친정어머니 도움이 없었더라면 아이를 키우기 힘들었을 것”이고 말할 정도. 학생들 역시 교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간다. 전민정 씨(4학년)는 “교수님 연구실에 가면 언제 어느 때고 반갑게 맞아주신다”며 “모든 일을 교수님과 의논한다”고. 비교과이지만 교수와 학생이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행사가 있다. 학과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헌혈과 학교 근처 농장으로 가는 농활. 최준호 교수는 “헌혈은 인성교육의 하나이고, 농활은 농업에 대한 가치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으로 농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과의 교육은 실험실에서부터 기업, 농사 현장까지 그 폭이 매우 넓다.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다가 이 학과에 진학한 이규병 씨(4학년. 55세)의 꿈은 ‘스마트 농부’가 되는 것. 이 씨는 “지금까지 농사를 대충 지었더니 발전이 없었다. 농사에 생육의 원리, 미생물의 역할, 비료의 기능 등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한 결과 생산량이 많아지고, 생산된 것들을 어떻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도 알게 됐다”며 만학의 길을 선택한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학과는 올해 처음으로 1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는데 이중 2명을 제외한 17명이 식품관련 회사에 취업했다. 이 학과의 2015년도 장학금 총액은 7000만원. 내년부터 프라임사업 자금이 들어오면 장학금은 더 늘어난다. 학과의 모집정원은 45명으로 수시에서 40명을 선발한다. 학생부 종합전형으로는 5명을 뽑을 예정. 2016학년도 수시합격생의 성적은 내신 5등급, 정시합격생의 경우 수능 평균 4.9등급이었다.

익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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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 식품생명공학과 학생들이 2014년 11월 릴레이 헌혈을 하고 있다. 원광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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