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근무하는 A 씨(40)는 회계사인 남편과 맞벌이로 한 달에 1000만 원 넘게 번다. 올해 1분기(1∼3월) 월평균 가구소득 상위 20%인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소득(906만6539원)을 웃돈다.
A 씨 부부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을 방과 후 매일 영어학원과 사고력 수학학원에 보내고 주 2, 3회 피아노학원도 거르지 않도록 신경 쓴다. 최근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에 관심을 보인 딸을 위해 바둑학원도 알아보고 있다. A 씨 부부가 한 달에 딸 교육비로 쓰는 돈은 평균 80만 원 정도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B 씨는 식당 일을 해 한 달에 120만 원가량 번다. 소득 하위 20%인 소득 1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 평균소득(141만291원)보다도 적다. B 씨의 중학생 자녀는 학교가 끝난 뒤 가까운 지역아동센터에서 무료로 대학생 자원봉사자 형, 누나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배운다. 미술도 배워보고 싶지만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한다.
소득수준별 교육비 지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부모의 소득수준이 자녀의 학력 차이로 이어지면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5분위 계층의 가구당 교육비는 월평균 66만5461원으로 1분위 계층(소득 하위 20%)의 8만3297원보다 8배가량 많았다. 특히 학원 및 보습교육 등 사교육비에 5분위(34만1989원)가 1분위(3만7504원)보다 9배 이상 많이 지출했다.
소득 5분위와 1분위의 교육비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2010년 1분위(8만5735원), 5분위(54만2946원) 가구의 교육비 지출 차이는 6.3배였지만 갈수록 격차가 벌어져 지난해에는 7.5배, 올해 1분기에는 8배까지 벌어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소득이 적은 가구는 퇴직자 등 가구주 연령층이 높아 자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비 지출이 적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수록 적게 버는 가구는 당장 급한 의식주비가 아닌 교육비를 먼저 줄이기 때문에 격차가 늘어난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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