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정문에 ‘일베 조형물’ 설치 논란…제작자 “철거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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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30일 2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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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사진=‘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정문에 설치된 조형물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조형물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다.

이 조형물은 홍대 조소과 4학년 홍모 씨(22)가 ‘환경조각연구’ 수업 과제로 제작해 31일부터 내달 20일까지 진행되는 ‘환경조각연구 야외조각 전’에 출품한 것이다. 조형물에는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는 제목이 붙어있다.

해당 조형물이 설치된 모습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일부 홍익대 재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됐다” “외부인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일베 학교도 아니고 수치스럽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반발은 거세다. 해당 조형물에는 계란과 음료수 등이 던져졌고, “의도가 어떻든 결과에 책임지라”며 철거를 요구하는 메모가 붙기도 했다.

다만 일베 이용자로 보이는 일부 시민과 누리꾼들은 “표현의 자유”라며 응원을 보냈다.

앞서 논란이 커지자 온라인에서는 ‘조형물을 부수는 퍼포먼스가 나올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지만. 홍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학생들이 철거를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작가로서 작품을 철거할 생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홍 씨는 ”일베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단편적이고 이분법적 해석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일베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현상이고, 부정할 수 없는 실재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홍익대 조소과 학생회 측은 ”현재 사회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집단의 상징을 그대로 작품에 차용하여 제작하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으나 제작자의 의도가 단순히 ‘일베 인증’이 아니라는 설명과 작품 설치에 대해 학교 관련 부처의 승인이 이루어졌다는 점 등으로 학생회 차원의 제재가 어려웠다“며 ”학과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학교 당국에서는 제작자의 작품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학교 시설물에 대한 훼손이나 안전상의 문제가 없다면 크게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유동인구가 많은 위치의 특성과 각 언론사의 기사화로 외부인들에게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일베 커뮤니티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추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총학생회 역시 ”학교 정문인 홍문관에 일베 조각을 설치한 것은 그 위치의 특성상 홍익대학교의 학생들이 일베와 같은 성향을 지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홍익대학교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며 작품의 의도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을 요구했다.

황지혜 동아닷컴 기자 hwang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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