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취급해라” 제자 왕따 주도한 ‘못난 스승’에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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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5월 16일 15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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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하는 직무를 망각하고 자신의 제자가 따돌림 당하도록 주도해 온 50대 초등학교 담임교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남모 씨(54·여)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남 교사는 2013년 5월 체험학습 참석 여부와 관련해 피해자 A 양의 외삼촌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말다툼을 벌이게 돼 A 양에게 악감정을 품었다.

이후 남 교사는 자신의 반 학생들을 차례로 불러 “A 양과 놀지 마라. 투명인간 취급하라”고 말하고 A 양에겐 “투명인간 취급 받으니 어떠냐, 무시당하는 기분이 어떠냐”는 등 상처가 되는 말을 했다.

또 반 학생들에게 “A 양에게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모두 적어 내라”고 말한 뒤, 한 학생이 “700원을 빌려주고 못 받았다”고 하자 해명도 듣지 않고 A 양에게 책상에 엎드려 고개를 들지 말라고 지시하고 교실 제일 뒷자리에 2~3주간 혼자 앉혀 놓았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는 A 양의 “친하게 지내자”는 내용의 편지를 빼앗아 직접 A 양이 찢도록 지시했다.

학부모들에겐 “A 양이 나쁜 짓을 하니 B 군이 따라한다”면서 “자녀가 A 양과 놀지 못하게 하라”고 말했다.

이후 남 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A 양에게 한 일을 모두 부인하며 교권 범위 안에서 정당한 훈육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은 “남 씨의 범행은 평소 감정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보일 뿐, 어떠한 훈육이나 훈계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사회관념 상 객관적 타당성을 잃어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하며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어 “초등학교 교사인 남 씨는 어린 A 양을 보듬고 마음을 헤아려보는 관용을 보여주었어야 했음에도, 심지어는 같은 학급의 다른 친구들이 있는 자리에서까지 면박을 주는 발언과 행동으로 피해자에게 매우 좋지 않은 정서적 영향을 주었다”면서 “자아를 형성하는 나이에 있는 A 양이 받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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