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사랑을 싣고’…정릉1동 택시 봉사대 어르신 모시고 소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3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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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성북구 정릉1동 주민센터 앞에서 개인택시 기사들이 지역 주민 어르신들을 태우고 임진각으로 떠나기에 앞서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3일 서울 성북구 정릉1동 주민센터 앞에서 개인택시 기사들이 지역 주민 어르신들을 태우고 임진각으로 떠나기에 앞서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3일 오전 8시 서울 성북구 정릉로 정릉1동 주민센터. 평소 같으면 조용할 때이지만 이날은 한껏 차려입은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주민센터 앞 언덕엔 택시 15대가 나란히 서 있었다. 택시 근처로 어르신 41명과 택시기사 15명, 새마을부녀회 회원 15명이 모이자 지나던 주민이 호기심에 힐끗 쳐다보기도 했다.

오전 9시 택시기사 남상준 씨(64)가 메가폰을 잡고 어르신들을 차에 태웠다. 1호차부터 15호차까지 표지판을 붙인 택시는 어르신을 태우고 ‘휴무’ 등을 켠 채 차례로 출발했다. 이들은 가정의 달을 맞아 저소득층과 홀몸 어르신을 임진각까지 모시고 소풍을 떠나는 ‘택시는 사랑을 싣고’ 봉사대다.

왼쪽엔 태극기, 오른쪽엔 새마을기를 달고 출발한 택시는 마치 열차처럼 줄지어 내부순환로와 자유로를 달렸다. 기사 1명, 부녀회원 1명, 어르신 3명이 탄 택시 안에서는 이야기꽃이 피었다. 어르신들의 건강을 고려해 택시는 평탄한 길을 골라 달렸다.

13일 서울 성북구 정릉1동 주민센터 앞에서 개인택시 기사들이 지역 주민 어르신들을 태우고 임진각으로 떠나기에 앞서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3일 서울 성북구 정릉1동 주민센터 앞에서 개인택시 기사들이 지역 주민 어르신들을 태우고 임진각으로 떠나기에 앞서 손을 흔들며 밝게 웃고 있다.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임진각 앞 망배단에 도착한 실향민 이정삼 씨(86)는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평안남도 평안군에서 태어난 이 씨는 1951년 1·4후퇴 때 혼자 남한으로 내려왔다. 이 씨는 “죽기 전에 고향을 가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나이가 들어 밖으로 나가기 힘든데 이렇게 나를 데려다줘서 고맙고 기쁘다”고 했다. 조신옥 씨(91·여)는 “모처럼 소풍간다는 생각에 잠을 설쳤지만 동네 이웃들과 함께 와서 즐겁다”고 했다. 택시는 임진각에서 1시간가량 머물렀다. 이후 다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오두산 통일전망대를 들른 뒤 정릉1동으로 돌아왔다.

택시 봉사대가 처음 어르신을 싣고 나들이를 떠난 것은 36년 전. 택시 차고지가 많았던 정릉에서 자연스럽게 구성된 택시기사 모임 ‘정운회’가 1980년부터 봉사를 시작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잠시 중단됐다가 창단멤버인 남상준 씨가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맡으면서 부활했다.

이날 봉사에 나선 기사들은 모두 ‘비번’을 반납하고 참석했다. 남 씨는 “일 년에 한 번 어르신들을 돕는 일인데 이 정도도 못하면 봉사가 아니다”며 “예전에는 건물을 빌려 노래 대회를 열 정도로 규모가 컸는데 지금은 다소 줄어들어 아쉽다”고도 했다. 그는 “그래도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꾸준히 봉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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