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도 속인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노하우 배우려 中유학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16시 37분


서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A 씨(여·24)는 지난달 11일 자신을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소개한 남성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은 후 다급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화상으로 “명의가 도용돼 대포통장에 당신의 이름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상대방이 알려준 IP 주소에 들어가 보니 A 씨의 이름이 실제로 대포통장 리스트에 올라가 있었다. 곧바로 “다른 금융계좌도 위험하니 돈을 모두 인출해 금융감독원 직원을 직접 만나서 돈을 건네라”는 지시를 받았다. 구사일생의 기회라 생각했다. 가지고 있던 6000만 원의 예금을 모두 정리해 서울 용산구의 길거리에서 만난 금감원 직원에게 건넸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 돈을 건넨 직후 금감원 직원이라 말한 그들에게서 아무런 연락도 없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IP 사이트 역시 이들이 만들어 낸 조작된 것이었다.

A 씨 뿐이 아니었다. 대구에 살던 박모 씨(여·33)는 이들에게 속아 1800만 원을 들고 직접 건네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기까지 했다. A 씨 등 총 11명은 올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경기, 대구, 충북 등 전국에 걸쳐 5억4000여만 원을 뜯겼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출동해 수금책과 조직원 일당을 검거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이모 씨(24)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 5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보이스피싱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중국으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범 이 씨는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인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사기 수법과 가짜 금융감독원 직원증을 전달받고 귀국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씨는 동네 후배와 지인들을 모아 감시책과 수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눈 후 범행을 시작했다. 이들은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명의가 도용됐으니 안전하게 조치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돈을 뜯어냈다.

경찰은 이 씨 일당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르던 다른 조직원 조모 씨(29) 등 5명을 검거해 함께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은 다른 조직이었지만 같은 중국 총책으로부터 지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총책과 다른 공범도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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