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태우 前대통령 장남이 해외 유령회사 세운 이유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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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가 조세회피처에 3곳의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어제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사크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홍콩 주소를 썼던 노 씨 외에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재헌 씨가 2012년 설립해 주주 겸 이사로 취임한 3개 회사는 재산 도피나 탈세에 악용될 소지가 큰 페이퍼컴퍼니(서류상의 유령회사)다. 노 씨는 “사업 진행이 안 돼 계좌 개설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가 2011년 홍콩에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한 뒤여서 재산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뉴스타파 측은 ‘노태우 비자금’이나 매형 SK 최태원 회장과의 연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유령회사를 만든 경위가 뭔지 당국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2013년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를 비롯한 182명도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수천억 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형사처벌 받은 데 이어 두 아들까지 탈세와 재산 도피 혐의로 도마에 오른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당시 국세청은 48명에게 1324억 원을 추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시의 10배가 넘는 자료가 유출된 만큼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탈세 혐의가 밝혀지면 검찰 수사를 의뢰해 엄벌해야 한다.

ICIJ와 뉴스타파에서 공개한 1977∼2015년 자료는 1150만 건에 달한다. 사상 최대 조세 회피 문건의 폭로로 일파만파(一波萬波)가 예상된다. ICIJ가 주도한 자료 분석에 뉴욕타임스 인디펜던트 르몽드를 비롯한 전 세계 109개 언론매체가 참여했다. 이 속에는 전현직 국가 정상 12명,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와 배우 청룽 같은 유명인사의 금융 거래 실태도 들어 있다.

조세피난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한미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FATCA), 53개국이 참여하는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 체결로 해외 탈세 적발이 한층 쉬워졌다. 재헌 씨 등 196명의 탈세 사실이 밝혀지면 엄하게 처벌해 조세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노재헌#유령회사#모사크 폰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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