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子,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조세 회피 한국인 19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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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4월 4일 1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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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 DB
사진=동아일보 DB
노태우 전(前)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 씨(51)가 조세도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4일 밝혔다.

뉴스타파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중미 파나마의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에서 유출된 문서를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문서에서 재헌 씨의 이름과 동일한 영문명을 발견했는데, 해당 인물이 제출한 홍콩 거주민신분증에 게재된 생년월일과 증명사진을 확인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 씨와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페이퍼 컴퍼니 관련된 서류 곳곳에 노재헌 씨의 자필 서명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재헌 씨는 2012년 5월18일 버진 아일랜드에 3개 회사를 설립해 스스로 주주 겸 이사로 취임했다. 원아시아 인터내셔널(One Asia International), 지씨아이 아시아(GCI Asia), 럭스 인터내셔널(Luxes International) 등 3개 회사는 1달러짜리 주식 1주 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였으며, 특히 GCI 아시아를 럭스 인터내셔널의 주주로 해 놓는 등 지배 구조를 복잡하게 설계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뉴스타파는 주장했다.

재헌 씨는 회사 설립 당시 자신의 주소를 홍콩으로 기재했고 2013년 5월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이사직은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첸 카이와 한국인으로 보이는 김정환 씨가 물려받았는데 두 사람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재헌 씨가 회사를 설립하고 이사직에서 사퇴한 시기는 각각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 조세 피난처 자금 은닉 문제가 부각되던 시기와 맞물려 있다.

뉴스타파 측은 재헌 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간접적인 경로로 “개인적 사업 목적에서 회사를 세웠다. 회사를 이용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답변만 얻었다고 전했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 나타난 조세피난처 자료에 주소지를 한국으로 기재한 한국인이 195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헌 씨와 같이 한국 주소가 아닌 국외 주소를 기재해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설립하고 비밀계좌를 만든 경우도 많아 정확한 한국인 규모는 현재로선 파악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자료는 1150만 건으로, 파일 용량만 2.6테라바이트(TB)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피난처 자료로 평가된다. 이 자료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 측이 처음 입수했으며, 이후 BBC, 르몽드 등 전 세계 60여 개 언론사 기자와 프리랜서 언론인 등 200여 명이 모여 데이터 공동 분석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공동 취재팀은 데이터 분석 결과 현직 대통령과 총리 등 각국 정상 12명과 그들의 친인척 61명, 고위 정치인과 관료128명, 그리고 포브스 갑부 순위에 이름을 올린 슈퍼 리치 29명이 역외탈세와 돈 세탁, 검은 돈 은닉 등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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