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친절한 의사를 원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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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힘찬병원의 착한 의료이야기]

이춘기 병원장
이춘기 병원장
주말 오후 커피숍 옆자리에서 나누던 주부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한 여성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눈 한 번 안 마주치고 컴퓨터 모니터만 보고 이야기하더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내 말은 듣지도 않아 쫓기듯 나왔다”며 “의사를 바꾸든지 병원을 바꾸든지 해야겠다”고 했다. 옆에 있던 여성은 “의사 자격이 없다”며 맞장구쳤다.

의사의 자격이 과연 무엇일까. 좋은 의사란 어떤 의사일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기분이 묘했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친절하진 않지만 실력이 뛰어난 의사가 나을까, 실력은 보통이지만 아주 친절하고 따뜻한 의사가 나을까. 정답은 ‘실력이 뛰어나면서 친절하고 따뜻한 의사’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기 때문에 당연히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 하고 더불어 친절함과 따뜻함도 갖춰야 한다.

환자들은 능력 있는 의사보다 친절한 의사를 더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된 적이 있다. 환자가 원하는 의료인은 ‘환자의 상태와 질환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는 의사’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진료, 수술, 검사, 처치 등 능력이 뛰어난 의사는 뒤였다.

단골이 된 치과 사례를 보자. 다른 환자들처럼 나도 치과에 가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 기계 소리, 입을 벌리고 누워 있어야 하는 불편함,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냄새, 시술로 인한 기분 나쁜 통증 등 그야말로 곤욕이다. 치과의사는 중간중간 내 손을 잡으며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많이 힘드시면 손을 들어 주세요”라고 안심을 시킨다. 치료 후에는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힘드셨지요. 잘 참았습니다”라고 마치 어린이를 달래듯 한다. 마음이 편해지면서 신뢰감이 싹튼다.

그래서 나도 환자들에게 눈을 마주치고 최대한 쉽게 설명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우리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자신의 진료 장면을 녹화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무심코 일상이 돼 버린 자신의 진료 장면을 보면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을 반성하기 위해서다.

‘30분 대기, 3분 진료.’ 국내 의료 서비스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거나 약을 처방받았다고 하자. 그 환자가 그 의사에게 다시 진료를 받고 싶은 마음이 과연 있을까. 대답은 “노”일 것이다.


이춘기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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