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패션산업硏,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악용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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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등 3명 한직 발령 퇴사 종용… 외부에 돈주고 컨설팅 받아 이례적
국가인권위, 인권침해 조사 착수

대구 동구에 있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동구에 있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시 제공
한국패션산업연구원(대구 동구)이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했다.

14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수석연구원 A 씨(48)는 지난해 1월 창조경제혁신추진 전담팀으로 발령났다. 전공인 섬유염색과 관계없는 제도 개선, 신규 사업 발굴을 담당했다. 그러나 별다른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같은 해 10월 다시 경영관리팀으로 전보됐다. A 씨는 이때부터 낙엽이나 담배꽁초 줍기, 거미줄 제거 등 청소와 건물 순찰을 맡았다.

2014년과 2015년 업무평가에서 최고등급(S)과 1등급을 받은 그는 “부당하게 인사 조치됐고 공개회의 등에서 퇴사를 종용하는 모욕을 여러 차례 받았다”며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A 씨는 “전담팀 근무 때 신규 사업을 건의했지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씨의 사정은 연구원이 외부 노무사에 의뢰해 진행했던 컨설팅 회의 자료가 유출되면서 알려졌다. A 씨 등 3명을 대상으로 노조에 가입하기 전까지 부서 이동 조치와 비사무직 과업 부여 등 1, 2단계의 퇴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노무 컨설팅은 지난해 7∼10월 이뤄졌다. 보고서에는 노사의 합리적 교섭 관행 정착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정과제 실천이 목표라고 적혀 있다. 추진 과정에 퇴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구원의 한 간부는 “몇몇 직원의 퇴사와 노조의 인사 및 경영권 참여 폐지 등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는 뒷말이 많다. 컨설팅 비용은 450만 원가량 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서 검토를 마치는 대로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자료를 확인하고 조사 일정을 마련 중”이라며 “심사위원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권 침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이 시행한 컨설팅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행 과정에 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공공연구기관이 외부의 노무 컨설팅을 받고 퇴출 프로그램을 악용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임단협 관행 개선과 조직 성과를 내기 위해 컨설팅을 진행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직원들이 고임금을 받으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새 업무를 주고 개선 의지를 봤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환경미화 등을 맡긴 것은 다음 정기 인사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패션산업연구원 ::

2010년 산업기술혁신촉진법에 따라 섬유 및 의류산업 연구개발,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한국패션센터, 한국봉제기술연구소를 통합해 설립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국 15개 전문생산기술연구소 중 하나이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매년 예산을 지원한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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