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누리예산 ‘소신 집행’ 돋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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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반발에도 보육대란 막아야”… 김지철 교육감 2월 230억 집행
학부모 등 ‘공약이행 평가단’ 발족… 건의사항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기로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공약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 받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학부모와 전문가로 구성된 공약이행평가단을 가동했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이 공약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평가 받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학부모와 전문가로 구성된 공약이행평가단을 가동했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지난해 말 충남도의회가 누리과정 예산(3∼5세 보육료) 560억 원을 충남도교육청 예산으로 편성하자 김지철 충남도교육감은 1월 6일 “교육감 동의 없는 예산편성은 지방자치법 위반”이라며 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재의가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자 “이러다간 보육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지난달 16일 누리예산 가운데 1, 2월분인 230억 원을 집행했다.

도의회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예산편성을 문제 삼아 재의를 요구한 상태에서 예산을 집행한 것이 모순된 행정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빚어졌다. 하지만 교육계 일부에서는 “도의회가 보육 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예산을 임의 편성한 뒤 절차를 문제 삼아 예산 집행을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논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학부모들은 “누리예산의 수요자인 아이들과 학부모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치”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 교육감의 결정이 교육수요자에 맞춘 결정이었다는 말이다.

김 교육감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교육 행정에 적극 반영하는 각종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그는 9일 학부모와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교육전문직 등 30명으로 구성된 ‘충남교육감 공약이행 평가단’을 발족시켜 주기적으로 공약 이행 여부를 평가 받고 요구사항을 수렴하기로 했다. 김 교육감은 “공약 이행 여부를 주기적으로 평가 받고 건의사항을 수렴해 교육 행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인사비리 척결 △혁신학교 도입 및 고교평준화 △나눔과 복지 교육 확립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국적으로 교육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장학사 매관매직 사건으로 구속된 전임 충남도교육감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전문직은 공모제를 도입하고 일반직은 정량 평가를 강화했다. 10일 열린 고위공직자 청렴 소통 리더십 연수에서 도교육청 감사관실은 “올해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각종 계약과 운동부, 기간제, 방과후학교, 사학, 급식, 유치원 등 7대 취약 분야에 대해 특정감사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올해 초 발표된 국민권익위 종합청렴도 조사에서 전국 17개 교육청 중 3위를 차지하고 부패방지부문 단체 표창(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천안지역의 고교평준화를 20여 년 만에 도입해 올해 평준화에 의한 고교 배정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교육행정 참여를 독려하는 학생 및 학부모 원탁회의의 열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9일 도교육청에서 열린 ‘예산 편성 참여를 위한 학생 대표 300인 원탁회의’는 학생들이 스스로 교육감 또는 교장이 돼 예산을 짜 보는 행사였다. 학생들은 “내가 교육감이라면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시간 동안의 토론에서 학생들은 학생 축제와 학생회 활동, 동아리 활동과 체험 활동 등에 대한 예산 편성을 대폭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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