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프리카 금광 상속녀인데”…9000만 원 뜯어낸 ‘금발미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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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황당한 사기 사건이 벌어졌다.

한 남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만난 가나의 금 광산 상속녀인 백인 여자를 단 한번도 실제로 만나지 않고 결혼을 약속한 뒤 9000여 만 원까지 뜯긴 사건이다.

지난해 6월 일본에서 회사원 생활을 하던 한국 국적 김모 씨(56)는 페이스북에서 금발의 백인 미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린 A 씨(34·여)와 친구를 맺었다. 자신을 주한미군이라고 소개한 A 씨는 김 씨와 실제 만나진 않고 메신저로만 대화를 나누다 3개월 만에 결혼을 약속했다.

A씨는 “아버지가 금괴 120kg(시가 38억5000만 원)을 유산으로 남겼지만 아프리카 가나에 묶여있다. 금괴를 한국에 반입해 함께 살고 싶은데 비용이 든다”며 김 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김 씨는 A 씨의 말을 믿고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8회에 걸쳐 7만4800달러(약 9300만 원)를 송금했다.

A씨는 김 씨로부터 돈을 더 뜯어내기 위해 추가범행을 시도했다. 그는 김 씨에게 “순금이 한국에 들어왔지만 대통령의 특별 명령으로 주한 가나대사관에 묶여있다”며 “서울 용산구 주한 가나대사관에서 가나 공무원을 만나 달라”고 부탁했다. 김 씨는 지난달 29일 한국에 들어와 자신을 가나 공무원이라고 소개한 호주인 S 씨(32)와 라이베리아인 W 씨(40·여)를 주한 가나대사관 로비에서 만났다. 둘은 “가나대사관에서 금을 보관중인데 10%인 32만 달러(약 3억9000만 원)를 반입세금으로 지불하면 내주겠다”며 추가로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S, W 씨의 허름한 옷차림을 보고 의심을 하게 된 김 씨는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모 씨(56)로부터 9300만 원을 가로챈 S 씨와 W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씨가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고 결혼까지 약속한 A 씨는 아직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결혼 빙자 사기를 친 첫 사례”라며 “S씨와 W씨가 구속된 뒤 A씨 명의로 김씨에게 ‘두 사람을 석방하라’는 메일이 와 또 다른 조직원이 있을 것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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