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신청 체류연장 20대 케냐인, PC방 종업원 잔혹하게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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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계. 케냐인 M 씨(29)가 “억울하니 수갑을 풀어 달라”고 형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는 “난민신청을 했는데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의 바지에는 누군가의 피가 선명하게 묻어있었다.

M 씨는 이날 오전 9시 39분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지하 PC방 화장실에서 업주 김모 씨(38)를 끌고 가 마구 때려 살해했다. 그는 뜨거운 물로 화장실 바닥 핏자국을 지우는 등 범행을 은폐했다. 이후 PC방에서 숟가락 1개, 젓가락 6개를 챙겨 나와 숨진 김 씨의 입에 찔러 넣었다. 경찰은 M 씨가 토속적인 미신으로 이런 행동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않고 있다. 이어 김 씨의 시신을 비상구로 옮기고 PC방 카운터를 뒤져 현금 15만 원을 챙겼다.

잠시 뒤 M 씨는 같은 PC방에서 게임을 하던 박모 씨(22)를 때려 점퍼,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PC방 주변을 서성이던 M 씨를 검거했다. PC방 폐쇄회로(CC)TV 동영상, 혈흔이 묻은 바지 등 증거를 확보한 광주 북부경찰서는 M 씨에 대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M 씨는 사건 하루 전날 광주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월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소란을 피워 광주 북부서에 연행됐다. 경찰은 그를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 인계했으나 난민신청을 한 것이 확인돼 풀려났다. M 씨는 지난해 6월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두 달 만에 난민신청을 해 체류기간이 올 8월까지 연장됐다.

그는 난민법에 따라 6개월간 월 30만~40만 원의 체류비를 지원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후 광주 광산구 월곡동 주택, 북구 용봉동 원룸에서 생활했다. 그는 동포들을 폭행해 주한케냐대사관에 신고까지 됐다.

난민신청은 정치적 사유, 종교·인종 탄압 등 인도적 이유로 할 수 있지만 경찰은 M 씨가 “돈을 벌기 위해 난민신청을 했다”고 진술한 만큼 불법체류 연장이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난민신청자 1만5874명 중 8093명의 심사가 이뤄졌으나 인정받은 인원은 577명(7%)에 불과했다.

난민신청은 특히 최근에는 2013년 1574건, 2014년 2896건, 지난해 5711건 등으로 급증했다. M 씨처럼 일부 외국인이 난민신청을 불법체류 목적으로 악용해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지방경찰청은 지난해 광주에 난민신청자 600명이 몰린 것은 브로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80만~150만 원으로 다른 곳보다 훨씬 싸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광주지방경찰청은 2014년부터 난민신청 브로커 조직 4개를 수사했으나 난민법상 누구나 난민신청을 도울 수 있다는 규정 탓에 모두 처벌하지 못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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