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도 담배소송 승소에 17년… 장기전 대책단 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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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 상대 2년째 소송…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

4일 서울 영등포의 건강보험공단 남부지사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한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최근 본사를 강원도 원주로 이전한 건강보험공단은 9일 개청식을 앞둔 상태다. 성 이사장은 “원주 시대를 
맞아 공단은 국민들의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한 맞춤형 건강 서비스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4일 서울 영등포의 건강보험공단 남부지사사옥에서 인터뷰에 응한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최근 본사를 강원도 원주로 이전한 건강보험공단은 9일 개청식을 앞둔 상태다. 성 이사장은 “원주 시대를 맞아 공단은 국민들의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한 맞춤형 건강 서비스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두고 보세요. 진실을 도외시하는 담배회사의 문제를 알리고 담배 탓에 중병에 걸린 환자들의 보상을 반드시 받아낼 겁니다.”

정부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국내 첫 ‘담배 소송’의 제 7차 변론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된 지난 4일. 치열한 법정싸움을 마치고 본보 기자와 만난 건강보험공단 성상철 이사장(68)은 “해외에서도 승소 판결이 나올 때 까지 17년 정도가 걸렸다. 우리도 10년 이상 장기전이 될 수 있는 만큼 대책반을 만들었고 반드시 이기겠다”며 결의를 보였다.

이 소송은 2014년 4월 건강보험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등을 상대로 낸 53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법정싸움이 본격화하면서 건보공단은 최근 보건의료단체 및 전문가들로 구성된 ‘범국민 흡연폐해대책단’을 꾸리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인 상태다.

성 이사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재판에 참석해왔다. 그는 “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연간 1조7000억 원의 진료비가 들어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누수되는 막대한 보험재정과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보험의 현재 재정 상태에 대해 “현재 17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법에 적립하도록 명시된 한해 예상수입액 50%의 절반에 불과하다”며 “이대로라면 2025년에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고 말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게 지급되는 보험금만 매년 2조 원씩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또 여전히 답보 상태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문제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공정하지도 못하고 형평성도 떨어지는 현재 시스템은 개편되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총선이 끝나고 20대 국회가 구성되면 개편 논의가 진행되지 않겠느냐”며 정치적 상황에 가로막힌 개편 논의의 어려움을 우회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성 이사장은 특히 40%에 이르는 피부양자들 중 ‘무임승차’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소득이 많은 재력가임에도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사람들을 걸러내 이들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이달 초 본사를 강원도 원주로 옮긴다. 이곳에서 건강보험 재정 확충과 운영, 빅데이터 관리 등에 대한 새로운 목표와 방향들을 설정 할 예정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와 관련해 그는 “25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3대 비급여에 대한 보장률을 높이면 현재 62% 수준인 보장률을 2018년까지 68%로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을 비롯한 각종 민간보험이 사실상 필요 없게 느껴질 정도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대한병원협회장과 서울대병원장, 분당서울대병원장 등을 역임한 성 이사장은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과 가까운 선후배 사이. 최근 정 장관이 진행한 상급병원이사장들과의 간담회에도 참석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조기 확대시행 결정에 힘을 보탰다.

성 이사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경우 올해 안에 400개로 시행병원이 늘어나고 2018년부터는 전체 병원에서 시행돼 환자들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급병원들이 많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수가 보전을 통해 이런 불만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담배#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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