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기억하라” 투각촛대 전시전 눈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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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개인전 11일까지 대전서 열려

투각촛대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김선 작가.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투각촛대 제작 과정을 설명하는 김선 작가.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전시실 입구의 벽에 내걸린 첫 작품은 검고 상자처럼 깊이가 깊은 테두리를 가진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는 자신의 영정사진을 마주하는 것처럼 갑자기 고요해짐을 느낀다. 작가 김선 씨가 의도한 것이다. 그가 ‘죽음을 기억하라(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고 전시 주제를 정한 것은 결국 ‘힐링’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미망 속에서 헤매는 아픈 영혼들이 자연의 영상들과 어둠 속의 빛과 그림자를 내면에 투영해 봄으로써 삶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치유를 받기 바랍니다.”

도자(陶瓷) 설치작가인 김 작가는 국내에서 드물게 사각 형태의 도자기에 구멍을 뚫어 문양을 만들고 상감기법으로 장식한 투각촛대를 작품에 활용해 왔다. 전시실 입구와 중앙에 공중 부양한 것처럼 허공에 설치된 두 개의 투각촛대 작품이 눈길을 끈다. 그 주변에는 검은 비단이 투각촛대의 신비한 실루엣을 만들어 냈다.

허공의 작품 아래 바닥에 설치된 거울은 75m²의 전시공간을 갑자기 두 배로 넓혀 주는 역할을 했다. 조명을 아예 꺼버리고 촛불만 남자 지상과 똑같은 또 하나의 지하세계가 거울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펼쳐졌다. 작가가 자주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는 헤르만 헤세가 사랑했던 스위스의 도시 루가노의 한 성당에서 녹음해온 종소리가 전시의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작가는 이번 세 번째 개인전에 이어 내년에는 독일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대전 중구 쌍리 갤러리에서 11일까지 열린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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