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대상 멧돼지… 대접받는 두꺼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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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출몰로 농작물 피해 눈덩이… 전남도, 2016년 2000마리 포획하기로
도로 만들며 산란철 ‘로드킬’ 우려… 광양시 비평저수지 생태 복원 추진

지난달 21일 호남고속도로로 뛰어들었다가 승용차에 치여 숨진 멧돼지 사체를 소방관들이 수습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21일 호남고속도로로 뛰어들었다가 승용차에 치여 숨진 멧돼지 사체를 소방관들이 수습하고 있다. 광주소방본부 제공
#1. 지난달 21일 오후 9시 40분경 광주 북구 용봉동 호남고속도로 천안 방면 77.2km 지점 갓길에 멧돼지 두 마리가 갑자기 출현했다. 고속도로로 뛰어든 멧돼지 한 마리는 김모 씨(56)가 몰던 카이런 승용차와 충돌했다. 김 씨 차량은 멧돼지를 들이받고 급정거했고 뒤따라오던 정모 씨(30)의 쏘나타 승용차에 받혔다. 김 씨의 차량은 크게 부서졌고 80kg짜리 멧돼지 한 마리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뒤따른 차량이 없어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2.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데미샘에서 시작돼 임실과 순창을 지나 전남 구례 곡성을 거쳐 광양과 경남 하동 사이 남해로 흘러든다. 길이 224km의 섬진강(蟾津江)은 ‘두꺼비 섬(蟾) 자’를 쓸 정도로 두꺼비가 많았다. 왜적이 침입했을 때 두꺼비가 울어 쫓았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두꺼비는 2월 말에서 3월 초 동면에서 깨어나 기온이 영상 10도 이상 올라 지표가 녹을 때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최근에는 섬진강에서 두꺼비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 많던 두꺼비는 다 어디로 갔을까?

○ 포획 대상 멧돼지


전남도가 올해 2000마리가 넘는 멧돼지를 포획하기로 했다. 멧돼지로 인한 인적 물적 피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전남도에 따르면 야생동물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본 농가는 지난해 3000가구에 피해액은 7억15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야생동물 중 멧돼지로 인한 피해는 전체 농작물 피해액의 63%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주거지에 멧돼지가 출몰한 횟수는 순천시 향동 5차례 등 모두 9차례였다. 멧돼지 피해가 늘면서 전남 일선 시군의 멧돼지 포획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전남도가 파악한 멧돼지 포획 현황은 2014년 1665마리, 2015년 2261마리였다.

전남도는 화순 구례 광양 순천 등 멧돼지 고밀도 지역에 올해부터 2년간 수렵 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철조망 등 멧돼지 피해 예방시설을 설치하는 데 8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상회보와 마을방송을 통해 멧돼지 출현 시 대처 요령에 대한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는 등을 보이며 달아나지 말아야 한다”면서 “멧돼지를 발견했을 때는 시군 환경부서나 경찰서(112), 소방당국(119)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두꺼비(붉은 원) 모습. 광양만녹색연합 제공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두꺼비(붉은 원) 모습. 광양만녹색연합 제공
○ 대접받는 두꺼비

반면 두꺼비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전남도와 광양시는 섬진강 지류의 두꺼비 집단 서식지인 광양시 진상면 비평저수지 일대 2만2700m²에서 생태 복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도로 개설로 동면 장소와 산란지가 단절되면서 산란철(3∼5월) 대규모 로드킬(road kill)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광양시는 10월까지 4억5000만 원을 들여 두꺼비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생태도랑, 이동통로, 유도울타리 등을 만들기로 했다. 습지 주변에 해설판을 비롯해 전망대, 탐방로, 학습장 등을 설치하기로 했다.

비평저수지 일대는 수어댐이 축조되기 이전부터 두꺼비 수만 마리가 서식했다. 산란 장소인 저수지와 동면 장소인 야산이 200여 m 떨어져 있고 너비 10m인 왕복 2차로 도로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이동할 때 로드킬이 잦았다. 시민들은 지난해 12월 ‘섬진강 두꺼비 지키기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보호활동에 나섰다. 생태 복원 사업 예산은 최근 환경부의 생태계보전협력금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확보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서식지가 한번 파괴되면 회복하기 어려워 민관학이 함께 나섰다”며 “새끼들이 야산으로 올라가는 동선과 성체가 습지로 돌아오는 동선을 고려해 항구적인 생태통로를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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