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무학산에서 발생한 50대 주부 한낮 피살사건이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인원 8000여 명을 투입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수사본부를 계속 가동하면서 ‘최신 수사기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사건 해결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천재 아니면 바보
피해자인 주부 이모 씨(당시 51세)는 지난해 10월 28일 오전 11시 반경 평소 자주 등산을 하던 무학산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가 다음 날 오후 무학산 중턱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4개월이 되던 지난달 28일 한 경찰 간부는 “이렇게 (용의자의) 흔적이 없는 사건은 처음 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면서 “아주 영리한 자가 치밀한 계획을 세웠거나 아니면 정말 무식한 자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통상적인 경우와 다르다는 게 경찰의 분석이다. 무계획, 무준비, 무도구 등 완전히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무학산 주변은 물론이고 창원지역 곳곳에 설치된 3000여 대의 폐쇄회로(CC)TV, 차량 블랙박스에 나타나지 않는 점으로 미뤄 고도의 지능범이 만반의 준비를 거쳐 범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속된 표현으로 ‘신의 경지에 도달한 놈’이 아니라면 이렇게 수사망을 빠져나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정완 수사본부장(마산동부경찰서장)은 “이달 안에는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최근에도 간헐적으로 제보는 있지만 수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인 이 씨의 유족에게도 관심을 쏟고 있다. 지속적인 교류를 하면서 심리상담을 통해 안정을 되찾아 주려는 노력이다.
○ 최신 기법 적용
경찰은 2월 초 100여 명에 달했던 수사본부 인력을 조정했다. 경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와 마산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철수시키고 현재는 70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도 대부분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시간을 할애해 수사를 돕는 형태다. 전담 인력은 미제사건팀 등 10여 명에 불과하다.
경찰은 그동안 동일 수법 전과자, 우범자, 정신질환자, 독신 생활자 등 5000여 명을 조사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엄청난 규모다. 그러나 용의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통신사 기지국 자료를 활용해 통화기록을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지만 사건 당일 비슷한 시간대 무학산 주변의 통화기록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탐문하고 있다. 이 역시 작업 분량이 많다. 만에 하나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허사다.
수사본부는 그동안 수집한 자료와 탐문 대상자를 다시 한 번 면밀하게 점검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수사팀은 언제라고 예단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급반전되는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사건 발생 한 달 무렵부터 행적과 진술에 의심이 가는 50대 남성 한 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동욱 경남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이 남성과 관련된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을 뿐 시간문제로 본다”며 “‘미제 사건’으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동부경찰서 형사계 055-233-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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