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관리규정 없이 달리는 고급택시

  • 동아일보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간 고급택시 모습. 아직 요금 감독 규정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영업에 들어간 고급택시 모습. 아직 요금 감독 규정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난해 11월 카카오블랙을 시작으로 우버블랙, 리모블랙이 잇달아 영업에 나서며 고급 택시 시장이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고급 택시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의 눈길을 붙잡고 있지만 도입 4개월이 되도록 요금에 대한 관리 규정이 마련되지 않고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운행 중인 고급 택시는 261대. 카카오블랙이 187대로 가장 많고 우버블랙과 리모블랙은 각각 37대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블랙은 벤츠 E300과 렉서스 ES350을, 우버블랙은 기아 K9과 체어맨을 사용한다. 리모블랙은 기아 체어맨과 쉐보레 익스프레스를 앞세웠다.

고급 택시는 배기량 2800cc 이상의 차량에 한해 외부표시등(캡) 없이 운행하도록 한 새로운 교통 서비스다. 국토교통부가 바가지요금과 승차 거부 등 기존 택시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의전과 행사 등 새로운 택시 수요에 발맞춰 지난해 9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도입했다.

3개 회사 모두 기본요금은 8000원. 71.4m당 100원이 추가되는 요금체계다. 카카오와 우버는 승객이 택시 예약 애플리케이션(앱)에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차량에서 내릴 때 요금이 자동 차감되는 ‘앱 미터기’를 사용하고 있다. 리모는 일반택시처럼 전자식 미터기를 쓴다.

문제는 앱 미터기를 관리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국토부에 “택시요금 징수 규정은 전자식 미터기에 한정돼 있으니 새로운 관리 지침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일반 택시는 서울시가 직접 요금을 정하고 전수조사를 통해 미터기 조작이나 규정요금 준수 여부를 감독한다. 반면 고급 택시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요금을 정한 뒤 이를 서울시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사후 관리 규정이 없다. 서울시는 이런 상황에서 업체가 승객에게 정확한 요금을 받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업체가 임의로 요금을 변경하거나 해킹으로 인해 시스템이 조작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앱 미터기 규정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에 감독권이 없으면 승객이 업체와의 요금 분쟁을 직접 해결해야 하고 업체를 제재할 근거도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내심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부당 요금 사례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규제를 만들기 부담스럽다”며 “필요하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사후 점검 방안을 마련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앱 미터기 규정이 마련될 때까지 차량에 전자식 미터기를 달고 운행하도록 고급 택시 회사 측에 권고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한 고급 택시 업체 관계자는 “앱 미터기가 활성화되면 택시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이라며 “하루빨리 합리적인 앱 미터기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고급택시#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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