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들 “운영비 대출이라도 받게 해달라”

  • 동아일보

누리과정 예산편성 지연되자… 교육청에 은행이자 지원 하소연
이준식 부총리 18일 교육감 만나 논의

유치원들이 “은행에서 대출이라도 받게 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매달 20일을 전후로 나왔던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길 처지에 놓인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지역 유치원들이 “25일에 교사 인건비를 줘야 하는데 단기차입을 받을 수 있게 교육청이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서울지회 회장단은 13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학부모들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하긴 어려우니 당장 1개월 치라도 단기차입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은 법인이 차입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어 대부분 개인 소유인 유치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조 교육감은 이 자리에서 “(시의회가 전액 삭감했지만) 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던 예산안에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2521억 원)은 전액 편성됐었으니 동요하지 말라. 다만 재의 요구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몰라 1월에는 (지원금을) 못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연합회는 “어차피 예산이 지원될 거라면 일단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교사 인건비를 해결하고 나중에 메울 수 있게 해달라”며 “교육청이 허락만 해주면 대출해 주겠다는 은행도 있다”고 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광주지회도 15일 광주시교육청과 광주시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20일까지 누리과정 지원금이 정상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교육청이 단기차입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치원 운영자들이 시중은행에서 운영비나 교사 인건비 등을 빌리면 교육청이 이자 등 재정 지원을 해달라는 뜻으로 분석된다. 전남지회는 농협과 신용대출 특약을 협의하고 있을 정도다. 사정이 절박하지만 예산 편성 열쇠를 쥐고 있는 전남도의회 의원 50여 명은 12일부터 유럽과 남미로 해외 연수를 떠나 임시회 개최가 당분간 불가능하다. 서울과 광주 경기교육청 모두 유치원의 대출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준예산 상황인 경기도를 제외하고 서울 광주 전남교육청은 해당 의회에서 삭감당한 유치원 누리과정 12개월분 예산이 모두 유보금 항목으로 편성돼 있다. 유보금은 추경 예산을 편성하거나 시도의회에서 이용계획승인을 받아 교육감이 쓸 수 있다. 이용계획승인은 교육청이 의회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승인만 받으면 곧바로 쓸 수 있다. 이에 교육부는 해당 교육청들이 이용계획승인을 통해 유치원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8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조 교육감 등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진을 만나 누리과정 예산 지원 중단에 따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최예나 yena@donga.com /수원=남경현 /광주=이형주 기자
#교육청#유치원#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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