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위조해 수천억대 자산가 행세를 하며 투자금 명목으로 영세 사업자들에게 13억 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위조한 통장은 법무법인 직원도 속을 만큼 정교해 피해가 컸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사기 혐의로 이모 씨(47) 등 2명을 구속하고 김모 씨(51)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일당은 지난해 1월 페이퍼컴퍼니(서류 상 회사)를 설립하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무실까지 차렸다.
범행을 주도한 이 씨는 “아들이 재력가의 양아들로 입적되면서 수천억 대의 재산을 물려받아 그 자금을 관리 중인데 투자처를 찾고 있다”며 피해자를 유인했다.
그 증거로 회사 명의의 통장을 보여줬다. 여기에는 많게는 1100억 원에서 수백억 원이 찍혀 있었다. 이 씨 일당은 일부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법무법인에 찾아가 통장 내역에 대한 변호사 확인서까지 발급받았다. 이 씨 일당은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투자나 건물 철거 사업권을 미끼로 보증금 명목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씨 일당이 범행에 활용한 통장 11개는 모두 가짜였다. 실제 잔액은 아예 없거나 많아야 6만 원을 넘지 않았다. 가장 액수가 많은 1100억 원이 찍혀 있던 통장 잔고는 실제 2원에 불과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만나기 전 통장 앞면에 가짜 입금 내역을 위조하고 뒷면에 통장 정리를 마친 뒤 실제 잔고가 찍힌 면은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피해자들에게 앞면만 보여주는 속임수를 썼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결산이자까지 위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추가 피해자와 다른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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