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긁고 뺑소니’ 반드시 잡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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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남부署 전담팀 구성 한달만에 검거율 44%서 72%로 치솟아
전국 확대하기엔 경찰인력 부족… 일각 “물적피해 도주 처벌 강화를”

11일 오전 정모 씨(36)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주택가 골목길에 세워둔 자신의 검은색 올란도 차량의 왼쪽 앞부분이 파손된 것을 발견하고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정 씨가 마지막으로 차량 상태를 확인한 것은 10일 오후 7시 30분. 이후 누군가 차를 망가뜨리고 도망간 것이다. 경찰은 10일 오후 7시부터 5시간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했으나 가해 차량을 확인할 수 없었다. 결국 정 씨는 자기차량손해(자차) 보험을 통해 수리비를 받아 차량을 수리했다.

상당수 운전자는 정 씨처럼 정체불명의 가해 차량이 자신의 차량과 부딪힌 뒤 달아나는 ‘물피(물적피해)도주’의 피해를 겪어 본 경험이 있다. 지난해 집계된 물피도주 피해 건수는 15만3000여 건에 달한다. 자차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료 할증을 우려해 자비로 해결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임주혁 보험개발원 통계팀장은 “실제 물피도주 피해 건수는 25만 건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가해자를 찾지 못하면 수리 내용이 보험료에 반영돼 금전적 손실을 고스란히 피해자가 안게 된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상으론 타인의 자동차를 망가뜨린 뒤 도주했다 잡혀도 자동차 종합보험을 통해 보상만 해주면 대부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교통 소통을 방해하거나 사고로 인해 다른 차량에 위험을 끼치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된다. 결국 피해자들만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경찰은 ‘물피도주 전담반’을 구성했다.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달 11일부터 전국 최초로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전담팀이 꾸려지자 가해자 검거율이 크게 올라갔다. 올해 9월 11일부터 10월 10일까지 한 달간 접수된 170건 중 122건(71.7%)의 가해자를 찾아낸 것이다. 전년 같은 기간 검거율 44.4%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특히 블랙박스 등 증거자료가 없는 물피도주 사건 검거율은 지난해 10.8%에서 올해 56.7%로 늘어났다.

한 달간의 시범운영이 끝났지만 경찰은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전담팀을 계속 운영할 방침이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아무리 사소한 사고도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을 모든 운전자에게 심어줘야 한다”며 “물피도주 전담팀이 활성화되면 관련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담팀을 전국으로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교통경찰의 인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인명피해가 난 사고가 아닌 물피 사고에 고정적으로 인력을 투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피도주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한 교통사고 처리가 더 우선”이라며 “교통경찰 인력이 늘어나지 않는 한 전담팀까지 꾸리는 건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근본적으로 “물피도주가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처벌 기준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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