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좋아요” 美 초중교 한국어반 4년새 2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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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569돌 한글날]
뉴요커들 “한글 너무 예뻐” 열공… 교포 자녀들도 모국에 자부심

6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 인근의 한 카페. 조용한 분위기의 이곳은 뉴요커들의 ‘한글 공부방’으로 유명하다. 서너 개 테이블에서 미국인들이 한국어 강사와 일대일로 만나 한국어를 배우고 있었다.

대학 강사라는 한 미국인은 “‘언어 동반자’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한국어 선생으로부터 한글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게 된 동기를 물으니 “몇 년 전 뉴욕 퀸스에서 본 한글 간판 글자가 너무 예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타운에 있는 뉴욕한국어교육원 관계자는 “한국 대중음악(K-pop)과 드라마가 좋아 한국어를 배우려는 미국인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도 불기 시작한 ‘한류(韓流) 열풍’이 한국어 학습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실제로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구촌 한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한류 동호회 소속 인구는 2013년 83만4589명에서 지난해 124만939명으로 48.7%(40만6350명)나 급증했다.

미국 내 한류 현상을 연구하는 올가 페도렌코 뉴욕대(NYU) 동아시아학부 교수는 “한국 유학생이나 한국계 미국인이 포함되지 않은 미국 학생들로만 꾸며진 ‘한국어 스터디 그룹’을 여럿 봤다”고 말했다. 한류의 영향이 미국인의 자발적인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어를 정식 과목으로 채택하는 학교도 계속 늘고 있다. 미국 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중에서 한국어반이 개설된 곳은 2010년 71개교에서 지난해 126개교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도 6912명에서 1만2428명으로 증가했다. 뉴욕 주 사립학교인 위스퍼링파인스스쿨은 1∼10학년 학생 수가 124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지만 스페인어와 함께 한국어를 필수 제2외국어로 선택했다. 이 학교의 설리안 로런신 교장은 “한국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봤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나라가 돼서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저지에서 주말 한국학교를 운영하는 황정숙 교장(현직 한국어 교사)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치지 않는 재미동포 부모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한국은 자랑스러운 모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한국어를 가르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삼성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의 활약과 한류(韓流) 열풍이 한국어 공부에 대한 인식을 바꿔놨다는 것이다.

대표적 한인풀뿌리운동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찬 대표는 “초등학생 딸이 영어로 말하면 ‘난 영어를 못하니 한국말로 해라’며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국어를 모르면 민족 정체성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케이팝#미국#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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