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영수 실력이 쑥쑥… 군인 선생님 고마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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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3군단 장병들 매주 토요일… 인제군 마을서 재능기부 화제

3군단 예하 공병여단 장병들이 마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3군단 사령부 제공
3군단 예하 공병여단 장병들이 마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3군단 사령부 제공
“군인 선생님 덕에 국영수 실력이 쑥쑥 올라요.”

강원 인제군 하남초교 1학년인 변진서 양(7)은 매주 토요일 ‘군인 선생님’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린다. 선생님들은 국영수는 물론 통기타까지 가르쳐 준다. 매주 무료하게 보내던 토요일이 선생님들 덕에 공부와 취미 생활까지 즐길 수 있는 날이 됐다.

육군 3군단 장병들이 부대 근처에 살고 있는 인제군 마을 어린이들을 위해 선생님으로 변신한 것은 올해 5월. 학습열은 높지만 학원 등 별도의 학습 시설이 부족하다는 사연을 접한 부대 측이 장병들의 재능 기부를 인제군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3군단 예하 3공병여단과 103통신여단이 특기 장병 18명을 선발해 다문화가정 어린이 10명에게 일대일 맞춤 수업으로 국어 영어 수학 통기타 등을 가르치고 있다. 또 3포병여단에서 선발된 장병 5명도 인근 초등학생 20여 명을 대상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병들 가운데는 외국 명문대 유학파 출신이 다수 포함돼 있다. 수업일은 매주 토요일로 인제군 상남면사무소와 서화면 문화복지센터가 교실로 활용된다.

장병들의 수업에 어린이와 학부모는 대만족이다. 어머니가 필리핀인인 이규원 군(8·하남초 2)은 서툰 우리말 때문에 학교 적응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3개월간의 학습 지원을 통해 우리말 실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표정도 밝아지고 자신감도 생겼다. 최근에는 군인 선생님에게 기타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최도현 군(11)은 “예전에는 영어가 어려웠는데 군인 선생님에게서 수업을 받고부터는 너무 재미있다”며 “선생님처럼 멋진 군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의 배움 열기에 단순한 봉사 활동으로 생각했던 장병들도 마음가짐과 자세가 달라졌다. 일과 이후 휴식 시간을 쪼개 수업을 준비하고 수업에 지장이 없도록 외출·외박 일정도 조정하고 있다. 영어를 가르치는 3공병여단의 유석호 일병(26)은 “군 생활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라며 “밝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는 어린이들 덕분에 매주 토요일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본어 수업을 진행하는 박성준 일병(22)은 “6·25전쟁 때 육군 대위로 참전하셨던 외조부가 항상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다”며 “군인 신분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순옥 인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군인 선생님들은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나눔의 가치를 몸소 보여 주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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