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려는 女 20명 두고…진찰도 없이 ‘약 배달’ 처방한 의사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7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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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광주광역시의 한 병원. 의사 A 씨(49)가 살을 빼려는 여성 20명을 한꺼번에 진찰실에 들어오도록 했다. A 씨는 여성들을 진찰도 하지 않은 채 세워놓고 “앞으로 병원에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대행업체에 전화주문만 하면 진찰을 받지 않아도 다이어트 약을 배달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 씨의 병원은 하루에도 다이어트를 하려는 환자 수백 명이 방문하거나 해외에서도 찾을 정도로 다이어트 전문병원으로 유명세를 탔다. 이 병원이 처방한 다이어트 약은 인터넷상에서 웃돈을 받고 판매될 정도로 인기였다.

A 씨 등은 인터넷으로 다이어트 약을 주문받은 대행업체 사장 B 씨(56) 등이 환자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건네면 진찰을 하지 않고 처방전을 내줬다. B 씨 등은 병원 인근 약국에서 약사 C 씨(53·여) 등에게 처방전을 건네고 다이어트 약을 조제 받은 뒤 택배로 환자에게 보내줬다.

광주지검 형사2부(부장 조기룡)는 대리처방을 일삼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A 씨 등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A 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다이어트 약 대리처방전 발급, 조제, 택배판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병원과 약국, 대행업체가 다이어트 열풍과 유명세를 타고 하나가 돼 조직적으로 다이어트 약의 불법 택배 판매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루에 수백 건의 대리처방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해당 병원은 1년 동안 수십 억원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A 씨 등이 처방한 다이어트 약은 악성 고혈압 약, 우울증 치료제, 간질 치료제와 각종 마약류를 혼합한 것이어서 꼭 의사 진찰과 약사의 복용방법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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