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세 노인이 62세 이웃을…

  • 동아일보

“5년전 말다툼뒤 계속 날 무시”, 둔기 살해후 자수… 시골마을 발칵

19일 오전 4시 반 전남 순천의 한 농촌마을. 유모 씨(76)가 120cm 길이 곡괭이를 들고 집을 나섰다. 술에 취한 유 씨는 20m가량 떨어진 이웃집 내부를 몰래 살폈다.

그는 이웃 주민 이모 씨(62)가 새벽 농사일을 위해 분주하게 준비하는 모습을 봤다. 서둘러 동네 입구 전봇대 뒤로 몸을 숨긴 채 이 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이 씨가 탄 50cc 오토바이가 막 전봇대를 지나가는 순간 유 씨가 곡괭이를 휘둘렀다. 이 씨와 오토바이는 그대로 넘어졌다.

유 씨는 쓰러져 있던 이 씨를 곡괭이로 수차례 내리쳤다. 20여 분 후 그는 112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수했다. 유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붙잡혔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이웃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유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 씨는 경찰에서 “5년 전 (내가) 험담을 했다며 동생 같은 이 씨가 따져 다툼을 벌인 적이 있다”며 “무시당하는 것 같아 분노가 계속 쌓여 참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 씨와 이 씨는 사이가 벌어지기 전까지 평생 동안 한 마을에서 이웃집 형님 동생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5년 전 말다툼을 한 뒤부터는 서로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유 씨는 이 씨를 살해한 것에 별다른 가책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골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노인들이 몸은 건강하지만 사소한 감정 다툼을 극복하지 못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살해#자수#시골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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