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첫 진원지 오명보다 환자에 고통줘 참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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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재개원 ‘평택성모’ 이기병 병원장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진원지.’

국내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다수의 감염자가 발생한 경기 평택성모병원에 찍힌 낙인이다. 쉽게 잊혀지기 힘든 오명을 썼지만 평택성모병원은 6일 재개원을 앞두고 병실 정리와 소독 등 ‘준비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자리를 비웠던 병원 직원들도 매일 병원에 나와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 처음 올 때 가지고 있던 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1일 서울 마포구 대한병원협회에서 만난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사진)은 “메르스 사태가 끝나지 않았고 병원도 아직 문을 다시 열지 않아 어떤 이야기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아끼면서도 “처음 가지고 있던 꿈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꿈은 평택성모병원을 대학병원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병원으로 키우는 것이다.

한림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 출신인 이 원장은 평택성모병원의 원장으로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메르스 사태를 맞았다.

하지만 5월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 이 병원은 ‘위험한 병원’으로 거론됐고 결국 폐쇄됐다.

의대 교수 출신으로 병원장의 경험을 쌓아 가던 중에 터진 초유의 사태라 이 원장이 느낀 당혹감은 엄청났다. 메르스 사태 발생 뒤 지금까지의 심경을 묻자 이 원장은 잠시 말을 멈췄다. 또 먼 산을 보면 한숨을 쉬었다.

이 원장은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고, 지금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병원이 폐쇄된 동안 이 원장은 병원 구성원들을 적극적으로 다독였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병원 직원들 중 이탈한 사람이 거의 없어 감사하다”며 “매일 병원에 들러서 (재개원)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직원들과도 일상적인 모습으로 만나고 소통한다”고 말했다.

이날 메르스 관련 대책 병원장 회의에 참석한 이 원장은 사과 메시지도 전달했다. 이 원장은 “(평택성모병원에서) 초기 환자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많은 분에게 어려운 시간을 드린 부분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보건당국이 코호트(병동 폐쇄) 조치 수행 여부를 놓고 갈등이 있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다시 생각해 보면 질병관리본부와 병원 모두 정해져 있는 지침을 충실히 따랐다”며 “서로 누가 잘못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돼 가는 과정에서 희망을 어떻게 찾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원장은 “일상적으로 일하고,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며 “병원에 가면 일단 한 번 시설을 둘러보고 내 방으로 와서 사태가 터지기 전처럼 일한다”고 답했다.

그는 “병원이 다시 문을 여는 6일 구체적인 계획과 비전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평택성모#이기병#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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