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선물 ‘3만원 신경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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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원 이하로, 있어 보이는 선물 어디 없나요.’

스승의 날(15일)을 맞아 교사들에게 선물을 하려는 학부모들과 이를 거절해야 하는 교사들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촌지 선물에 대한 교육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공직자 행동강령상 관례로 통용되는 3만 원 이하로 그럴듯한 선물을 마련하는 노하우까지 전파되고 있다.

물품 중에는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일청’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일을 얇게 저민 뒤 설탕에 재어 만드는 과일청은 비용이 많이 들지 않지만 예쁜 유리병에 담으면 그럴듯한 선물이 되기 때문. 가격은 과일과 유리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실제로 얼마가 들었는지 알기는 어렵다. 교사 입장에서도 손으로 만든 것은 사서 주는 것과 달리 거절하기도 어렵다.

서울 A중학교의 김모 교사(31)는 “최근 과일청 선물만 5개를 돌려보냈다”며 “레몬청, 한라봉청, 석류청 등 종류도 다양했다”고 말했다. 과일청의 경우 껍질을 까고 재어서 숙성시키는데 열흘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부모는 수제 ‘쿠키’나 ‘초콜릿’, 퀼트 가방 등을 사서 직접 만든 것처럼 포장해 건네기도 한다. 모두 직접 만들어 정성스러워 보이면서도 가격대를 알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이모 씨(38)는 “수제 쿠키나 초콜릿을 주문해 전달하면 가격도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정성도 보일 수 있어 효과가 만점”이라며 “받는 선생님도 집에서 만든 것으로 알아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승의 날 단골 선물이던 상품권 중에서는 소액으로 보이는 백화점 상품권보다는 같은 값이면 적립금이 들어가 있는 ‘기프트카드’가 더 인기다. 커피 전문점에서 3만 원 내외로 텀블러나 찻잔, 커피, 차를 묶은 선물세트를 준비하는 학부모도 많다.

학부모들은 비교적 소액이라 부담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수제로 만든 선물은 얼마나 돈이 들었는지 알기 어렵고, 기프트카드는 적립 금액을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일일이 확인하고 돌려보내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한모 교사는 “이번 달에만 가정통신문을 3차례 발송해 ‘스승의 날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공지했다”며 “하도 기묘한 선물이 많아 아예 금액에 상관없이 무조건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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