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검찰수사 받는 중견기업인의 탐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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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락 기자·사회부
정재락 기자·사회부
울산예술고(울산 울주군 웅촌면) 교문 건너편에는 대형 골프연습장이 있다. 골프연습장 바로 옆에는 서민용 임대아파트도 있다. 2011년 개장한 이 골프연습장은 전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회장인 전정도 씨(56)와 아들, 딸이 7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전 전 회장은 이란석유공사로부터 받은 석유플랜트 공사대금 7100만 유로(당시 약 1000억 원)를 빼돌린 혐의로 고발당해 7일 검찰이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소유한 골프연습장은 울산석유화학공단 입구인 남구 상개동에도 있다. 2009년 개장한 이 골프연습장은 부인 소유로 돼 있다.

1989년 전 전 회장이 설립한 성진지오텍은 2006년에 1억 달러를 수출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2007년에는 성진지오텍의 화학플랜트용 정유탑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32%)에 올라 산업자원부가 선정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올랐다. 그는 국제라이온스 355-1지구 총재와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많이 했다. 일출 명소인 울산 간절곶에 대형 우체통(높이 5m, 둘레 2.4m, 무게 7t)도 기증했다.

골프연습장은 전 전 회장의 회사가 한창 호황을 누릴 때 건립했다. 이 시기에 울산의 대형 사우나 건물을 경매로 낙찰받기도 했다. 이를 두고 “사업 영역 확대”라는 찬사보다는 “중견 제조업체 회장이 돈벌이를 위해 골프연습장과 사우나까지 하느냐”는 비아냥거림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비자금 조성용 또는 편법 재산 증여용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런 전 전 회장에게 검찰이 사정의 칼날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다. 포스코가 전 전 회장에게 특혜를 줬다는 혐의다. 산업은행은 2010년 3월 전 전 회장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 445만9200주를 주당 9620원에 매각했다. 포스코는 전 전 회장이 BW를 인수한 6일 뒤 주당 1만6330원에 인수했다. 전 전 회장이 약 300억 원의 매매 차익을 얻은 것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당시 정권 실세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울산에 본사와 공장 3곳을 운영했던 성진지오텍은 포스코에 인수된 뒤 포스코플랜텍으로 이름이 바뀌고 본사도 경북 포항으로 옮겼다. 포스코플랜텍은 최근 대출 원리금 약 440억 원을 연체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600여 명의 직원들은 회사가 문을 닫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 전 회장은 2012년 8월 울산을 떠나 부산에서 해양플랜트 관련 4개 계열사를 거느린 세화그룹 대주주로 새 사업을 하고 있다.

근로자와 학생 서민이 많은 곳에 골프연습장을 지어 눈총을 받았던 기업인, 부실투성이 기업체를 수백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대기업에 팔아넘긴 기업인, 600여 근로자를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로 몰아넣은 기업인은 멀쩡하게 새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과연 사회 정의가 제대로 서 있는지 울산시민들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

정재락 기자·사회부 raks@donga.com
#성진지오텍#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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