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들 ‘조폭 흉내내기’ 유행, 외상으로 문신 새기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16시 34분


지난해 11월 중순 전남 나주의 한 원룸. A 군(15·중3)은 장모 씨(27)에게 외상으로 문신을 새겨달라고 통사정했다. A 군은 장 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용 문신 사진을 보고 무작정 찾아갔다. A 군은 3개월 전 왼쪽 어깨에 꽃 문신을 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A 군은 장 씨에게 아르바이트를 해 비용을 갚겠다며 오른쪽 어깨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용 문신을 해달라고 했다. 장 씨는 이틀 간 A 군의 몸에 용 문신 검은 테두리만 외상으로 새겨줬다. A 군은 문신비용 70만 원을 내고 공백으로 남아 있는 부분에 색깔을 입히고 싶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가 여의치 않자 또래 학생들에게 금품을 뺏고 가출까지 했다. 비교적 몸집이 큰 A 군은 문신만 하면 폭력배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A 군 등 중고생 6명에게 돈을 받고 용, 도깨비, 일본무사 등의 문신을 해준 혐의(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장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일부 청소년들 사이에서 ‘화려한 문신이 또래 서열을 결정하거나 옷을 벗고 화를 내며 모두가 겁을 먹는다’는 어설픈 조폭 흉내내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 군 등에게 무료로 문신 제거 수술을 권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문신은 새길 때도 많이 아프지만 지우는 것은 서너 배의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고 말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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