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입시 귀동냥 바이블로 여기는 세상… 자녀 신뢰가 먼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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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부력’이다]전문가 ‘공부력’ 기고

며칠 전 어느 중학교 인근 카페에서 본 풍경이다. 엄마 다섯 명이 모여 열띤 대화를 하고 있었다. “외고 입시 자기소개서에 이런 거 쓰면 안 돼요. 감점 당한다니까.” “학교 뒤 A학원은 수학 강사 평이 안 좋아요. B학원 강사가 KAIST 출신이라 더 나아요.”

얼핏 들어도 전문가들이나 알 법한 정보들이었다.

대화 열기가 고조될 쯤, 카페 문이 열리고 한 엄마가 들어왔다. 엄마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엄마에게 쏠렸다. 이후 대화 내용으로 이유를 알았다. 딸이 전교 1등이었다.

학부모들을 상담해 보면 엄마들의 세계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녀가 전교 1등이거나 서울대에 진학한 엄마들이다. 다음은 ‘1등의 엄마’는 아니지만 입시정보에 정통하고 주변에 이를 나눠주는 엄마다. 나머지는 평범한 대다수의 엄마다.

주목해야 할 부류는 바로 세 번째 엄마들이다. 이들은 늘 입시정보에 목마르고, 다른 엄마에게 듣는 정보가 자녀에게 꼭 필요한 ‘바이블’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카페, 친목회, 어머니회에서 들은 입시정보를 여과 없이 자녀에게 쏟아 붓는다. 영문도 모르는 자녀는 고스란히 그 압력을 다 받아내야 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런 정보들은 장기적으로 ‘약’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고교와 대학이 있다. 입시는 매년 바뀌고 입시전략과 공부방법도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전문가도 헷갈린다.

학부모에게 중요한 것은 내 아이를 잘 아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은 ‘귀동냥’을 더 중시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에게 소화제, 혈압약, 십전대보탕까지 먹이는 것과 비슷하다.

공부는 ‘공부력’이 뒷받침돼야 좋은 결과가 오래 이어진다. 공부력은 학생 개인의 능력과 주위 환경을 통해 형성되는 일종의 ‘기본 근육’이다. 꾸준히 자녀를 신뢰하고, 혼자 공부를 해 나갈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고, 환경을 조성해야 생긴다. 자녀와의 대화 시간을 늘리고, 어떤 부분에 자녀가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방식을 좋아하는지 이해하는 게 먼저다. 그래야 공부도 오래간다.

윤동수 진학사 청소년교육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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