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발달장애인 호텔리어 이상혁씨의 ‘새 삶’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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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장애인의 날]“장애 알리고 도움 청하니 장애에 떳떳해져”

발달장애인 호텔리어 1호로 2013년부터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의 객실팀에서 근무해 온 이상혁 씨.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발달장애인 호텔리어 1호로 2013년부터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의 객실팀에서 근무해 온 이상혁 씨.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장애인등록증, 자기소개서, 이력서를 들고 장애인고용공단이나 장애인채용박람회의 문을 두드리세요. 장애를 남에게 알리고 도움을 구해야 장애에서 떳떳해질 수 있습니다.”

특1급 호텔인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근무하는 이상혁 씨(25)는 국내 1호 발달장애인 호텔리어다. 이 씨는 2013년 더플라자호텔이 소속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서울시, 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 호텔리어 되다’ 프로젝트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됐다. 현재 호텔 객실팀에서 객실 내 모든 침구류의 세탁과 정리, 운반 작업을 맡고 있다.

발달장애 3급인 이 씨는 숫자 계산에 어려움을 겪지만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함께 일하는 박신우 객실관리 파트장은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 당황할 때도 있지만, 반복적인 업무를 누구보다 꼼꼼하고 성실하게 처리해 믿음직스럽다”고 말했다.

이 씨가 호텔리어가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2년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햄버거가게와 주사기공장에서 청소만 해야 했다. 이 씨는 “주변 도움을 받아가며 힘들게 대학 졸업장을 땄는데 주어진 건 허드렛일뿐이었다”며 “(한국사회에서) 혼자 힘으로 취업하기보다 장애인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더 빠른 길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이 씨는 60세 정년을 채우는 것이 목표다. 그는 “월급날마다 은행에 가서 통장 정리하는 게 큰 즐거움”이라며 “어머니와 외할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15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트루컴퍼니상’ 금상을 수상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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