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갈등 풀기 어렵지만… 다른 현안 발목잡히면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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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韓日관계]
韓日 전문가 6인 긴급진단

독도가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일본인들이 지난해 11월 내각부 설문조사에선 77%가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의 지속적인 ‘독도=일본 땅’ 홍보·교육 효과가 국민들에게 스며든 것이다.

일본 정부의 독도 도발은 6일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와 7일 외교청서(외교백서에 해당) 공개를 통해 한층 강화됐다. 일본은 ‘(일본은) 한국과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표현까지 외교청서에서 삭제했다. 과연 일본의 속내는 무엇이고 한일 관계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8일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정치·외교 전문가 6명과 긴급 전화 인터뷰를 실시했다. 특히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이념적 뿌리로 알려진 일본 최대 우파조직 일본회의 공동대표인 다쿠보 다다에(田久保忠衛) 교린대 명예교수는 가감 없이 일본 보수층의 혼네(本音·속마음)를 털어놨다.

○ 독도, 한국의 외교 실패 vs 일본 ‘노이즈 마케팅’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해 다쿠보 교수는 “전쟁하자는 게 아니다. 내가 말하는 건 100% 맞고 상대는 다 틀렸다는 건 민주적이지 않다. 일본에는 일본의 입장이 있다는 걸 이해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이 패전해 힘이 없을 때 한국이 이승만 라인을 그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뺏어갔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지한(知韓)파 일본 학자들은 한국의 ‘외교 실패에 따른 자업자득’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일본 내 한국학 연구 대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한국이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너무 강하게 대응하면서 다케시마 문제를 잊고 있던 일본 국민을 일깨웠다”며 “한국의 ‘외교 실패’”라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한국 전문가들은 일본의 정치적 환경 변화에 주목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민주당 정권 때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충돌을 빚었을 때 국민들로부터 ‘약체 외교’라는 비판이 쏟아졌던 데 대한 반작용”이라고 분석했다. 정재정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일협정 협상 당시 서로의 영유권 주장을 묵인하자는 식으로 정리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무너지고 있다”며 “나중에 독도 문제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될 가능성에 대비해 분쟁지역을 세계에 알리려는 ‘노이즈(noise) 마케팅’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법에 대해선 한일 전문가들의 생각이 대체로 일치했다. 타협이 불가능한 만큼 현재 상황을 관리하면서 다른 외교 현안과 분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현대한국학연구센터장은 “ICJ에 갈 게 아니라면 차선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여행 무섭다”는 일본인들


한일 전문가들은 일본 사회에서 ‘한국 이탈 현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기미야 센터장은 “예전엔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내 수업을 들었는데 요즘은 ‘한국은 도대체 뭐야’라는 반발심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도쿄에 3개월간 머무른 정재정 교수는 “한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잘해보자는 말을 하기가 곤란한 분위기가 확산돼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한국은 무관심해지는 것 같은데 일본은 한국을 증오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인에 대한 진단은 한일 간에 달랐다. 다쿠보 교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상륙,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기소 건 등을 거론하며 “한류 드라마에 울고 한류 스타에 환호하던 일본이 배신당했다. 좋아했던 만큼 미움도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한국에 여행가기가 무섭다는 일본인이 많다. 한국은 일본과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무슨 일이 있으면 나도 산케이신문 기자처럼 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남상구 위원은 “일본보다 중국을 좋아하는 한국에 대한 불만 표시”라고 말했다. 박철희 교수는 “10%도 안 되는 우익들이 혐한을 주도하는데 일본 언론과 지식인이 제대로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부분은 일본의 취약성”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한일 관계가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데다 양국의 개선 의지도 모두 약화돼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일은 안보, 경제 등 전략적 이해가 큰 만큼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정재정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중요하지만 한일 관계의 전부는 아니다. 협상의 허들을 높여 한일 모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8월 아베 담화 발표 후 한중일 정상회담을 하면 조금씩 나아질 것이다. 민간도 힘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박형준 특파원
#독도#갈등#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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