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의령 한우산 풍력발전소 건설 주민과 마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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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굴산 한우산 매봉산 능선 따라 750kW 풍력발전기 25기 설치추진
업체, 4월 초에 공사 시작할 계획
“삼림 훼손, 소음공해, 산사태 우려”… 주민-환경단체 백지화 요구 반발

10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에서 열린 ‘한우산 풍력발전 반대 의령군민 대회’. 주민들은 시가행진도 벌였다.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 제공
10일 경남 의령군 의령읍에서 열린 ‘한우산 풍력발전 반대 의령군민 대회’. 주민들은 시가행진도 벌였다.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 제공
“풍력발전이 대안에너지라 하더라도 주민에게 피해를 준다면 곤란하다.”

경남 의령군의 자굴산(해발 897m)과 한우산(836m)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단지 조성이 추진되자 근처 주민과 환경단체가 백지화를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울창한 삼림을 훼손할 뿐 아니라 저주파 소음공해, 산사태까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주민과 환경단체는 기자회견과 집회 등을 통해 사업지역 변경을 관철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사업자와 의령군의 추진 의지가 강해 양측의 마찰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의령군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풍력발전 전문기업 유니슨의 자회사인 의령풍력발전(대표 한성원)은 자굴산 한우산 매봉산(597m) 등 의령을 대표하는 3개 산등성이 4.38km에 750kW짜리 풍력발전기 25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496억 원. 이 풍력발전기가 가동되면 연간 4만1600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의령군 전체의 60%인 8400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 지난해 12월 4일 경남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조건부로 사업을 승인했다. 의령군은 12월 16일 개발행위를 허가해 중요한 행정행위는 끝났다. 토석채취 허가 등 세부적인 절차만 남았다. 업체는 4월 초 공사를 시작해 연말에는 마치려 하고 있다.

주민들은 “3개 산 자락에는 갑을마을 등 4개 마을(주민 650명)을 비롯해 경남도학생교육원, 사회복지마을이 들어서 있는 등 자연환경이 뛰어나다”며 “산사태 위험, 생태계 파괴, 저주파 소음공해 등이 걱정돼 풍력발전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우산풍력발전반대대책위(위원장 정영규) 관계자는 “진입도로와 발전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생태 자연도(自然度) 1등급 지역이 주변과 단절될 우려가 크다”며 “특히 한우산과 자굴산은 경사가 심해 2003년 태풍이 왔을 때 산사태로 주민 5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또 발전기 25기 가운데 17기가 마을 뒤에 위치하며, 주택과 떨어진 거리도 650∼860m에 불과해 저주파 소음공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은 풍력발전기와 주거시설 및 학교는 1500m 정도 떨어질 것을 권장하고 있다. 장명철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밀양 송전탑 반대투쟁을 교훈 삼아 주민들이 생존환경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행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령군은 14일로 예정했던 토석채취 허가를 일단 미뤘다. 오영호 의령군수가 “다른 지역 풍력발전 현장을 답사해 본 뒤 이를 바탕으로 업무를 추진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의령군은 20일 반대 주민 100여 명과 강원 영월풍력발전단지를 둘러볼 계획이다.

강상철 의령군 상공담당은 “그동안 조용했던 지역 주민들이 개발행위 허가가 난 이후부터 갑자기 반대를 해 난감하다”며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사안은 사업자가 스스로 취하하지 않는 한 개발행위 허가를 해주지 않을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전용량이 크지 않아 소음 공해가 적고 산사태 대책도 완벽하게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의령풍력발전 측은 생산 전기를 구룡변전소까지 보내면서 전체 16.5km 구간 가운데 마을을 지나는 1.5km는 지중화(地中化)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남에서는 양산풍력단지와 양산에덴밸리풍력단지가 가동에 들어갔고 양산원동풍력발전, 산청둔철풍력단지, 남해풍력발전 등 10여 곳에서 풍력발전이 추진되면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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