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의식’ 여유 부리던 중국동포 전문 절도범 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16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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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중국제 담배 연기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모 씨(58)는 이내 담배를 바닥에 버렸다. 경찰에 잡히지 않기 위한 일종의 의식이었다. 계란 프라이를 먹고 난 후 끽연의 즐거움은 덤이었다. 전 씨는 유유히 집을 빠져나갔다. 2011년 3월 21일 전 씨가 문을 나선 서울 광진구의 이 주택에서는 미화 100달러 등 총 12만 7500원이 도난당했다. 타다 남은 중국제 담배가 중국동포의 주택에서 발견되는 범행은 2006년부터 연이어 벌어졌다. 공통점은 담배뿐만이 아니었다. 집안에 있던 참깨, 냄비, 고춧가루 등 생활물품 등도 함께 사라졌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전 씨를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108회에 걸쳐 총 1억2000만 원을 훔친 혐의로 검거했다고 3일 밝혔다. 피해자 대부분이 중국동포였다. 전 씨는 중국동포들이 금품을 집에 두는 경우가 많고 도난을 당하더라도 경찰에 신고를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하지 못하는 전 씨는 역시 청각장애인인 부인과 함께 일용직을 전전하다가 생활고 때문에 범행에 나섰다. 담배를 범행 현장에 버리고 범행 후 양팔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올리는 의식을 하며 여유를 부렸던 전 씨였지만 잠복 중이던 경찰에게 끝내 검거됐다.

황성호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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