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44일 조사에… 아동학대 교사-원장 61명 입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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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어린이집 전체-유치원 75% 조사
허락없이 떡 먹었다고 손찌검… 투호화살로 열달간 때린 교사도

경찰이 44일간 아동 보육시설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사 등 61명이 아동학대 혐의로 적발됐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을 전통 놀이기구인 ‘투호 화살’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때린 교사도 있었다. 경찰이 전수 조사를 통해 밝힌 우리의 부끄러운 아동 인권 실태다.

경찰청은 1월 16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44일 동안 아동 보육시설 5만1286곳(어린이집 4만3752곳, 유치원 7534곳)의 아동학대 실태를 점검한 결과 보육시설 교사 및 원장 등 61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적발해 이 중 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인천 연수구의 어린이집 교사 양모 씨(33·여)가 김치를 먹지 않은 4세 여아를 때린 이른바 ‘핵펀치’ 사건이 벌어진 직후 어린이집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번에 전국 어린이집 4만3752곳을 모두 조사했다. 유치원은 전체의 75% 수준인 7534곳의 학대 실태를 확인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새로운 아동 학대 사례도 발견됐다. 강원도의 한 유치원에서는 교사 A 씨(47·여)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원생 8명의 머리를 놀이 기구인 ‘투호 화살’로 상습적으로 때리다 이웃 어린이집의 신고로 적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예전 고교 학생주임 교사가 하키 스틱을 들고 다니던 것처럼 유치원 교사가 투호 화살을 들고 다니면서 유치원생들의 머리를 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당초 상습폭행 혐의로 A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유치원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불구속 입건했다.

강원도의 다른 어린이집에서는 1월 15일 교사가 허락 없이 떡을 먹었다며 아이들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린 사실이 알려지며 뒤늦게 입건됐다.

이런 실상이 알려지면서 2일 새 학기를 맞은 어린이집에는 휴가를 내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부모가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휴가를 내고 자녀가 처음 간 서울 송파구의 한 어린이집 적응수업에 참가한 직장인 B 씨(37)는 “어린이집 뉴스가 나올 때마다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아이가 많게는 5년 동안 다닐 곳의 교육 환경을 내 눈으로 확인하려고 휴가를 냈다”고 말했다.

박재명 jmpark@donga.com·박성진 기자
#경찰#아동학대#어린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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