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해안 암컷 대게 불법 어획 기승… 대게 씨 마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4년간 불법유통 215건 적발… 어린 대게 등 34만 마리 풀어줘

경북 동해안에 암컷 대게(일명 빵게) 불법 어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최근 어획이 금지된 암컷 및 어린 대게(등딱지 지름 9cm 미만)를 불법 유통한 혐의(수산자원관리법 위반)로 선주 박모 씨(45) 등 8명을 구속하고 선원과 도소매상 등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 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포항 앞바다를 중심으로 어선 7척을 이용해 암컷 및 어린 대게 13만5000여 마리(시가 3억4000여만 원)를 불법 어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도매상들은 암컷 대게를 독점 공급하기 위해 보증금 명목으로 최대 7000만 원을 선주에게 건넸다. 이들은 암컷 1마리당 700원, 어린 대게 1마리당 1500원에 사들여 대구 포항 울산 등지의 소매상에게 마리당 각각 2000원과 4000원에 팔았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을 피해 새벽에 바다 한가운데서 불법 거래를 하고 어선이 들어올 때는 항구 주변의 차량을 통제해 범행 현장을 감추는 수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포항해양경비안전서도 지난달 14일 어린 대게를 불법 유통시키려 한 혐의로 선장 황모 씨(60)를 입건했다. 황 씨는 울진 후포항 앞바다에서 잡은 어린 대게 100여 마리를 유통시키려고 차에 옮겨 싣다가 후포안전센터 순찰팀에 붙잡혔다.

포항해경이 최근 4년간 암컷 대게를 불법 어획하거나 유통시킨 현장을 적발한 것은 215건, 검거 인원은 300명이다. 불법 어획이 확인돼 다시 바다에 풀어준 암컷 및 어린 대게는 34만여 마리에 이른다. 암컷 대게 한 마리가 품은 알은 평균 5만∼7만 개로 1000마리를 불법 어획할 경우 5000만 마리 이상의 대게가 사라지는 셈이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암컷 대게 보관 창고나 통발 같은 불법 어구를 설치한 어선은 20척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낮에는 일반 어업 활동을 하다가 다음 날 새벽 몰래 암컷 대게를 잡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컷 및 어린 대게는 알을 같이 먹을 수 있거나 다 큰 대게보다 맛이 좋다는 소문 때문에 불법 어획이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북 동해안의 대게 어획량은 크게 감소하고 있다. 2007년 4000여 t이었지만 지난해 1700여 t으로 7년 새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검거 인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불법 어획 물량은 큰 차이가 없다”며 “조직적인 불법 어획과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단속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동해안#암컷 대게#불법 어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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