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참모와 소통”… 靑이 새겨들을 전직 회고

  • 동아일보

고성호·정치부
고성호·정치부
대통령 회고록은 소중한 역사적 기록이다. 5년간 대한민국호(號)를 이끈 최고 지도자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숙고한 ‘결단의 순간’을 생생한 기록으로 마주하다 보면 가벼운 설렘도 느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낸 이유에 대해 “앞으로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정책이 결정될 때 참고자료가 되면 좋겠다”며 “한국 사회에서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세상에 알려주는 차원에서 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판적 여론도 만만찮다.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민감한 시기에 회고록을 발간해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부터 민감한 남북관계 협상의 ‘비밀’을 공개한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야당은 “참회록을 썼어도 모자란다”며 맹폭을 가하고 있다. 청와대도 이 시점에 회고록이 나온 배경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쳤다.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자 이 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논란이 될 발언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둘러싼 진위 공방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 다만 회고록과 부록에 등장한 몇몇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주요 현안과 정책을 놓고 참모들이 격의 없이 치열하게 토론을 벌였다는 얘기가 자주 등장했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은 그런 청와대의 열띤 토론 모습을 빗대 ‘봉숭아학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때때로 정제되지 않은 엉뚱한 논리라 할지라도 치열한 논쟁과 활발한 내부 토론이 이뤄지며 토론의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참모들은 들어주는 내게 고맙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자신의 견해를 용기 있게 말하는 참모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 차에 정책 혼선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연말정산과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백지화 논란 등으로 민심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뒤늦게 정부 부처 장관들과 대통령수석비서관들이 1일 얼굴을 맞대며 정책조정협의회를 신설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시중에는 “회의 자주 한다고 근본적으로 국정 스타일이 바뀌겠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보고도 거의 못 하는 상태에서 ‘적자생존(받아 적는 사람이 살아남는다)’에 익숙해진 현 청와대와 내각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 정책의 공과를 따지기 전에 이 정부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허심탄회하게 ‘맞짱토론’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 국정 스타일의 변화도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대통령#회고록#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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